[시사뉴스 이동훈 기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바닥을 치고 있는 국내 경제계에 또 한차례 지진이 발생할 조짐이다. 한미간 금리 역전폭에 따른 국내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선 하반기 한차례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지만, 이를 감당할 국내경제의 체력은 바닥을 보이는 상태이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률은 1.50%, 미국은 1.75%~2.0%로 양국간 기준금리 격차는 0.5%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정부의 부동산대책발표가 있던 1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 출석해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자금 유출이나 한국ㆍ미국의 금리역전에 따른 문제, 가계부채 부담 증가도 생길 수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을) 심각하게 생각할 때가 충분히 됐다는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 총리의 이같은 발언이후 채권시장은 일시적이나 충격에 휩싸인 모습을 보였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2.28%포인트 오른 1.921%에 거래를 마쳤고, 장중 한때 0.04~0.05% 포인트 치솟을 만큼 요동쳤다.
이같은 상승세는 오후 들면서 진정세를 나타냈지만,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골드만삭스의 지난 5월 예측과 맞물려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 골드만삭스 10월 인상론 예측
골드만삭스는 당초 올해 한은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지만, 5월9일자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7월에서 10월로 늦췄다.
골드만삭스는 금리인상 시기를 늦춘 이유로 자체 분석한 경제활동지수가 3월 3.6%에서 4월 2.5%로 하락했다는 점을 제시했다.
수출둔화와 경제심리약화, 정보통신(IT) 업종 사이클 둔화로 한국과 중국, 대만 등 아시아 국가 수출이 부진할 여지가 있고 미중 무역분쟁이 국내 수출에 간접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경기 하방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에서였다.
골드만삭스의 예측은 정확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첫 금리인상 시기를 7~8월에서 10~11월로 조정했다. 이제 한은은 하반기 10월 11월 기준금리 결정 본회의를 남겨두고 있다.
◇ 국내 자본유출 막기 위한 고육지책
무엇보다 10월 기준금리 인상론은 미국 인상시기와 맞물려 힘을 받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달 2일 정례회의를 열고 다음달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했다. 고용과 소비, 투자 등 자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됐다. 이럴 경우 한·미 간 금리 역전 차가 0.75%포인트까지 벌어지면서 국내 자본유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도 국내 외국자본의 유출 우려 등을 감안해 한국은행이 연내 한 차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기준금리 인상의 중요한 기준은 국내 경기와 고용의 호전 여부, 물가상승률 등이 될 것”이라며 “여기에 대외적인 요인과 우리 경제 체력을 감안했을 때 10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 “이러지도 저러지도” 깊어가는 고민
문제는 우리 경제가 금리 인상을 감당할 만한 체력이 안된다는 점. 현재 통화정책의 주요 고려사항인 물가와 경기가 부진한 상황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이후 1.0%→1.4%→1.3%→1.6%→1.5%로 목표치(2.0%)를 밑돌고 있다. 또 경기를 봐도 금리인상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 1·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2.8%였다. 올해 연간 목표치가 3%인 점을 고려하면 소폭 낮다.
하지만 금융전문가들은 미연준이 예고대로 9월~10월 사이 기준 금리를 인상하면 한국도 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진단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게 되면 관건은 한국과 미국간 금리역전폭을 0.75%포인트를 넘지 않게 하는 것이다”며 “한은이 4분기에 1회 올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