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수정 기자]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4년3개월 만에 법원이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참사 당시 국가가 승객 퇴선조치 등 초동 대응과 구조활동을 제대로 못해 인명피해를 키웠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이상현 부장판사)는 19일 고 전찬호 군의 아버지인 전명선 4·16 세월호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등 355명이 대한민국과 청해진 해운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희생자 1명당 위자료 2억원, 친부모 각 4000만원, 자녀 각 2000만원, 형제자매 각 1000만원, 동거하는 조부모 각 1000만원, 동거안하는 조부모 각 500만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원고인단은 희생자 299명 중 안산 단원고 학생 116명 등 참사로 숨진 118명의 가족들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사회적 영향이 중대하고 광범위하다"며 " 다시는 이런 사고가 없도록 예방할 필요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청해진해운과 국가의 과실로 이번 사건이 발생한 만큼 공동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청해진해운은 과적과 고박 불량 상태로 세월호를 출항시켰고, 세월호 선원들은 승객들에게 선내 대기를 지시한 뒤 자신들만 먼저 퇴선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목포해경 123정 김경일 정장은 승객 퇴선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아울러 "희생자들은 구체적인 상황을 알지 못한 채 선내에서 구조 세력을 기다리다 사망에 이르렀다"며 "세월호가 전도되기 시작한 때부터 완전히 전복될 때까지 훨씬 긴 시간 공포감에 시달리며 극심한 고통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유족들이 세월호 참사로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현재까지도 외상후 스트레스라는 지속적인 고통을 받고 있다"며 "약 4년 이상 경과한 현재까지도 침몰 원인에 대한 책임소재, 배상과 관련한 분쟁이 계속되는 점 등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다른 희생자 유족들이 받은 국가 배상금과의 형평성, 국민 성금이 지급된 점 등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세월호 희생자 118명(단원고생 116명·일반인 2명)의 유족 354명은 2015년 9월 "국가가 세월호 출항전 안전점검 등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 사건 발생 원인을 제공했고, 참사 발생 후 초동 대응과 현장 구조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청해진 해운을 상대로도 "세월호 선체의 무리한 증·개축, 세월호 운항 과실과 초동 대응 미조치 탓으로 사건 발생과 피해 확대 책임이 있다"고 책임을 물었다.
소송에 나선 유족들은 국가의 책임을 법적으로 판단받겠다며 국가 배상금 수령을 거부하고 10억원 내외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국가는 '4·16 세월호참사 배상 및 보상심의위원회'를 통해 단원고 희생자에 대해서는 1인당 평균 4억2000만원 안팎의 인적 배상금과 5000만원의 국비 위로지원금을 지급했다. 일반인 희생자의 경우 연령과 직업, 기대수입 등에 따라 배상금과 위로지원금이 개별적으로 책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