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최승욱 기자] 우리나라가 숱한 도전 끝에 유라시아 대륙 철도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반대표를 던져왔던 북한이 찬성표를 돌아셔먼서 만장일치로 구 공산권 국가들의 철도협력체인 OSJD(국제철도협력기구:Organization for the Cooperation of Railways)의 정회원이 됐다.
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키르기스스탄에서 이날 오후 열린 'OSJD 장관회의'(최고의결기구)에서 28개국 전원 찬성으로 한국의 정회원 가입 안건이 통과됐다. 우리나라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대신해 손명수 국토부 철도국장이 대표로 참석했다. 이날 본회의에서 손 철도국장은 의제 상정에 앞서 공식연설을 통해 한국 가입안 지지를 회원국에 요청했고, 북한도 찬성 의사를 밝히면서 가입이 최종 결정됐다. 북한측은 이날 회의에 장혁 철도상을 단장으로 하는 철도성 대표단이 참석했다.
OSJD는 유라시아 대륙의 철도 운영국 협의체로 구 소련 및 동구권 나라 사이에 국제철도협약을 맺기 위해 1956년 결성됐다. 현재 러시아, 중국, 북한, 몽골, 체코, 헝가리, 폴란드 등 28개 국가가 정회원이다. 국제철도운송협졍과 운송표준 원칙을 관장한다. 도이치반과 그리스철도 등 옵서버 7개국 철도회사와 코레일 등 44개 기업으로 구성된 제휴회원도 두고 있다.
한국이 정회원으로 가입하면서 코레일은 앞으로 운영기관 자격을 얻게 된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 OSJD 가입을 추진했다 실패한 뒤 2015년부터 다시 정회원 가입을 시도해왔다. OSJD의 정회원 가입은 만장일치가 원칙인 탓에 북한의 반대와 북한을 의식한 중국의 기권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코레일은 지난 2014년 제휴회원으로 가입한 뒤 해마다 정회원 가입 신청을 해왔다. 2015년 몽골에서 열린 43차, 2016년 아제르바이잔의 44차, 지난해 러시아에서 열린 45차 장관회의에서 다른 회원국들은 모두 찬성했지만 북한이 반대하고 중국은 기권해왔다. 지난 4월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제33차 OSJD 사장단 회의에서도 정회원 가입에 도전했지만, 역시 북한 반대로 안건 채택이 무산된 바 있다. 다만 국가들의 지지로 장관회의 의제로는 채택됐다. 당시 국토부와 코레일 안팎에서는 "향후 남북 정상회담, 북미 회담의 성과에 따라 북한의 입장이 바뀔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나왔다.
이번에 OSJD 정회원 가입 건이 해결되면서 우리나라는 대륙철도 진출에 훨씬 유리한 상황을 맞게 됐다. OSJD는 대륙철도를 포함한 유라시아 철도운송에 관한 제도와 운송협정 논의는 물론 기술 분야 협력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 기구의 정회원이 되면 각 회원국과 개별 협정을 체결한 것과 마찬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회원국은 1개의 화물운송장만으로 화물을 수송할수 있다. 이 운송장은 서유럽 국가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남북철도가 연결돼 우리 열차로 TSR(시베리아횡단철도), TCR(중국횡단철도) 등을 지나 유럽으로 갈 때 여러모로 유용하다는 의미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가입으로 OSJD가 관장하는 유라시아 철도 이용에 있어서 중요한 협약들을 다른 회원국들과 맺은 것과 같은 효과를 얻게 됐다"고 평가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TCR과 TSR을 포함해 28만㎞에 달하는 국제노선을 운영하려면 OSJD 정회원으로 가입해야만 한다"며 "남북관계 진전에 따라 가입 효과가 한층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