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4.04.24 (수)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시네마 돋보기

사랑과 컬링의 공통점

URL복사

조성규 감독의 네 번째 강릉 러브스토리 <게스트하우스>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배우의 꿈을 꾸고 있는 정우는 누나가 반강제적으로 운영하게 만든 강릉의 게스트하우스를 벗어나고 싶다. 어느날 평창올림픽 방송 리포터를 위해 일본의 전 컬링 국가대표 히로코가 이 게스트하우스에 체류하면서 정우의 삶에 작은 변화가 온다. 2017년 오키나와 국제 영화제와 교토 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소소하고 담백한 낭만

<맛있는 인생>, <내가 고백을 하면>, <두 개의 연애>에 이은 조성규 감독의 네 번째 강릉 러브스토리다. 조 감독 특유의 과장없는 일상적 표현과 전개 속에서도 낭만적 감성이 충만한 영화다. 멜로물의 공식을 따르지 않으면서도 작위적 설정이나 과잉감정, 파격을 배제한 담백한 연출이 영화적 재미와 함께 ‘강릉 바다’ 같은 휴식과 치유를 준다.

<게스트하우스>는 최근 이슈가 집합된 느낌이다. 강릉의 아름다운 풍경과 숨겨진 명소는 물론이며, 토속 음식, 컬링, 평창올림픽 등 대중적 코드들이 풍부하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조 감독의 공간이나 음식, 소품에 대한 감각은 꽤나 트렌디하다. 볼거리 먹을거리 등 여행을 하는 듯한 즐거움도 이 영화의 빠질 수 없는 강점이지만, 이 같은 아이콘들을 나열하는 시류 영합적 영화는 아니다. 다양한 소재와 비유를 멋부리지도 욕심내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풀어놓는 깔끔함과 균형이 이 영화의 미덕이다.

풋풋하고 소소한 청춘 남녀의 사랑에 추억과 꿈 등의 보편적 삶의 이야기를 수놓았다. 강릉을 ‘천국’으로 생각하는 히로코와 달리 정우에게 그곳은 ‘감옥’이다. 게스트하우스가 곧 집이자 직장인 사람에게 그 곳은 낭만적일 수 없을 것이다. 일본의 유명한 스포츠 스타였던 미로코의 신분이나, 배우를 희망하는 정우의 꿈 모두 화려하고 열정적인 것이지만 그것이 현실일 때는 ‘감옥’일 수 있다.

강릉은 정우에게 집일 뿐만 아니라, 재일교포인 히로코에게도 할머니의 고향이다. 정우의 가이드를 받으며 히로코는 할머니가 남은 여생을 살아갈 집을 강릉에서 물색한다. 그러다 찾아낸 일본으로 오기 전 할머니가 살았던 옛집은 추억이자 그리움, 안식처 그 자체다. 히로코와 정우, 그리고 관객은 그 집과 강릉의 공기와 음식 등을 통해서 등장하지 않는 할머니와 교감을 나눈다.

일상의 아름다움에 대한 자각

꼭 한 단어로 설명하자면 <게스트하우스>는 ‘집’에 대한 영화다. 물론 ‘집’은 감독이 말하고 싶은 사랑의 본질이기도 하다. ‘집’으로 상징되는 현실은 빈번히 이상을 향한 우리의 발목을 잡는 지긋지긋한 난관이지만, 바꾸어보면 이상은 일상의 소중함을 보이지 않게 만드는 연막이기도 하다.

게스트하우스를 히로코에게 팔아넘기기 위한 계략으로 사랑을 연기했던 정우가 진짜 사랑의 감정을 갖게 되는 것처럼, 사랑은 일상의 가치를 깨닫는 것이기도 하다. 컬링에 대입해 재치있는 비유로 표현되는 사랑에 대한 정우의 통찰은 결국 ‘더 이상 서울로 가지 않는’ ‘허황된 화려함을 쫓지 않는’ ‘한 사람의 마음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일상의 아름다움에 대한 자각이다. 연기하고, 착각하고 기억을 조작하는 수많은 가짜 사랑이 허영과 망상으로 이루어진 것과는 대비된다.

정우 역에는 아이돌 그룹 초신성의 멤버 김성제가 맡았다. 히로코 역에는 ‘박치기’에서 얼굴을 알렸던 재일교포 출신 배우 김지순이 열연했다. 이외에도 김강현 백선우 서은채 정다원 등의 배우들이 출연한다. 히로코 역의 김지순이 연기나 캐릭터 모두 인상적인데 ‘일본 여성’이라는 이국의 존재는 다른 등장인물과 구분되는 연애의 판타지적 요소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의사소통의 부자유스러움이라는 설정이 더욱 극적인 장치가 되기도 한다.

이 외에도 강릉이라는 지역이 주는 영감과도 연결되는 캐릭터다. 히로코 할머니의 옛 집으로 나오는 강릉 적산가옥에서도 보여지듯 강릉에는 일제시대 일본식 주택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조 감독은 일본과 중국의 문화들이 함께 공존했던 이국적 분위기를 강릉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으로 말하기도 했다. 히로코의 할머니는 어린 시절 강릉에 살았던 재일교포 한국인이고, 다시 고향인 강릉에서 살고 싶어한다. 히로코 캐릭터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돌고 돌아 다시 만나는 묘한 인연을 의미하기도 한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尹 대통령, 총선 불출마·낙천·낙선 국힘 의원 격려 오찬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4.10 총선 불출마·낙천·낙선한 국민의힘 의원들을 격려차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다. 윤 대통령은 24일 22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거나 낙선한 국민의힘 의원들을 초청해 비공개로 오찬을 함께하며 "우리는 민생과 나라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정치적 운명 공동체"라고 밝혔다. 김수경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민의힘 의원들과 오찬을 함께 하며 당과 국민을 위해 헌신해온 의원들을 격려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오찬 모두발언을 통해 통해 "나라와 국민, 그리고 당을 위해 애쓰고 헌신한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우리는 민생과 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정치적 운명 공동체"라고 했다. 이어 "현장 최일선에서 온몸으로 민심을 느낀 의원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 대통령으로서의 도리"라며 "국회와 민생 현장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아 온 여러분들의 지혜가 꼭 필요한 만큼, 여러분들의 고견을 많이 들려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참석 의원들의 선거 패인 분석, 제언이 이어졌는데, 쓴소리도 여과없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말없이 참석자들의 발언을 경청

경제

더보기


문화

더보기
한 산림과학자의 집념과 끈기가 밝혀낸 아픈 역사의 민낯 <전나무 노거수는 일제의 신목이다>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우리 땅에 있는 전나무 노거수(老巨樹)들의 대부분이 일제에 의해 심어졌다고 주장하는 책이 출간됐다. 북랩은 국립산림과학원 출신의 산림과학자가 전국 곳곳에 있는 전나무 노거수들이 일제의 잔재임을 고찰한 ‘전나무 노거수는 일제의 신목이다’를 펴냈다. 우리나라 남부지방의 환경은 전나무가 자생할 만한 생육조건과는 거리가 멀다. 1980년부터 약 40여 년간 산림과학을 연구하고 강의해온 저자는 우리 남부지방 곳곳의 사찰에 전나무 노거수들이 있는 것을 보고 호기심이 일었다. 이에 대한불교 조계종 24개 교구 본사와 조선 왕릉, 대관령 산신당, 이순신 장군의 사당인 통영 충렬사, 권율 장군의 묘소 및 각지의 공공시설을 답사하며 조사했다. 전나무가 가슴높이 직경 60~100cm 정도로 자라는 데는 80년에서 100년 이상이 걸린다. 저자가 답사한 각지의 전나무들 대다수의 크기가 이 가슴높이 직경에 해당했다. 즉, 이 전나무들이 사람에 의해 심어진 것이라면 1800년대 말에서 1900년대 중반까지 일제가 심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중에서도 가슴높이 직경 60~69cm급의 나무가 월등히 많은 것으로 보아 일제강점기 중의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전나무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진정한 리더는 용장 지장 아닌 소통 능력 갖춘 덕장이어야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오전 용산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참패한 4·10 총선 결과에 대해 “취임 후 2년 동안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열심히 했지만 결과가 미흡했다는 식으로 말했다. 총선 참패에 대한 사과나 유감 표명은 없었고, 192석을 차지한 야당을 향한 대화나 회담 제안 등이 없어 야당으로부터 대통령은 하나도 변한 게 없고 불통대통령이라는 이미지만 강화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 여당의 총선 참패는 한마디로 소통부재(疏通不在)와 용장 지장 스타일의 통치방식에서 비롯된 참사라고 평가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윤석열정부는 출범 2개월만인 2022년 7월부터 각종 여론조사기관 조사결과 윤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가 40%이하였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적 평가가 40%이하로 떨어진 시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약 3개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1년 10개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2년 5개월이었던데 비해 윤대통령은 2개월로 가장 짧았다. 윤정부 출범하자마자 특별히 이슈가 될 만한 대형사건들이 없는데도 역대 가장 빠른 민심 이탈의 이유는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