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동훈 기자] 3월 3일 삼겹살데이를 맞아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대형마트들의 판촉전이 치열하다. 이날은 평소보다 30%이상 저렴한 가격에 고급 삽겹살을 살 수 있어 소비자들의 관심도 뜨겁다.
하지만 왜 좋은 품질의 삼겹살이 이토록 싼 가격에 소비자들의 장바구니로 들어갈 수 있는 걸까? 여기엔 중소기업ㆍ소상인들의 아픈 사연이 숨겨있다.
◇ 600억 매출 중소기업 몰락부른 반값 삼겹살
롯데피해자연합회는 롯데그룹 계열사들로부터 ‘갑질’을 당해 고사 위기에 몰려 도산했다고 주장하는 납품업체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대기업인 롯데의 우월한 대응력으로 해결 실마리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길게는 10여년간을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탄원서와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롯데로부터 그 어떤 적절한 보상과 사과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피해업체들은 각각 신화(롯데마트 전 납품업체), 가나안RPC(롯데상사 전 납품업체), 아하엠텍(롯데건설 전 협력업체), 성선청과(롯데슈퍼 전 납품업체) 등이다.
피해업체들의 사례를 보면 육가공 협력업체 신화는 롯데마트에 각종 행사 때마다 삼겹살을 정상가에서 최대 반값으로 납품해 100억원이 넘는 손해를 봤다고 한다.
이 회사의 윤형철 사장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파트너사인 신화에 원가 보전을 약속하며 행사 때마다 원가 이하로 삼겹살 납품을 강요했는가, 물류배송비 등을 업체 측에 부담했다고 한다.
롯데마트는 행사 때마다 신화로부터 30~50%이하 즉 최대 반값에 삼겹살을 납품받았고, 물류비(납품대금 8~10% 차감), 고기를 썰고 포장납품 할 때 발생하는 세절비마저 부담시켰다.
게다가 롯데카드 등 특정 카드를 썼을 경우 발생하는 카드판촉비용 50%를 신화에 전가했고, 최근 말썽을 빚고 있는 데이몬 수수료(컨설팅 수수료)도 납품대금에 포함, 1.1% 차감했다.
롯데마트는 납품 운송비마저 협력업체에 물리도록 한데다 그 가격도 수배로 챙겼다고 한다.
일반 택배비는 1박스당 1000원이면 된다. 상하기 쉬운 삼겹살인 것을 감안해 냉동탑차가 동원되도 2500~5000원 사이에서 해결 가능하다.
윤 사장은 “롯데는 오산센터와 용인센터로부터 납품을 받을 때마다 지점이 많아서 물류비가 더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를 빌미로 성수기 동안 1박스 당 3만6000원을 거둬들였다”고 설명했다.
◇ 가나안RPC, 100억원 물량 주고도 4억원 밖에...
납품업체인 가나안RPC는 롯데상사에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쌀거래를 했던 도정업체이다. 가나안은 롯데상사의 약속 불이행과 상거래 위반으로 세무서 신고 금액만 144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하고 도산했다고 주장한다.
롯데상사와 가나안에 따르면 양사는 2004년 한국 내 최첨단 라이스센터를 건립해 연간 3만 톤, 연매출 100억 원 이상의 쌀을 가공해 유통시키기로 협업을 결정했다. 하지만 2006년까지 롯데상사가 가나안으로부터 공급받은 쌀 결제 대금은 4억 원에 불과했다. 롯데상사는 협업 조건으로 공장 설립과 기계 설비를 수입하기로 했지만 이를 가나안에 떠넘겼다. 또 2008년에는 갑자기 S 사라는 벤더를 통해야만 납품할 수 있도록 거래조건도 바꿨다.
◇ 과일납품단가 10억원이 2000만원대로
김정균 전 성선청과 사장은 2009년부터 2013년 6월까지 성선청과로, 2014년부터 2015년 10월까지 보성청과로 롯데슈퍼(전신 CS유통 포함)와 거래했다. 거래방식은 성선청과가 납품하면 롯데슈퍼 매장에서 판매 대금 15%를 공제하고 지급하는 수수료 매장 형태였다. 그러나 이러한 거래 방식으로 김 사장은 매장에서 정확한 판매량을 알 수 없었으며 적자에 허덕이면서 2013년 롯데슈퍼와 거래를 정리하려는 과정에서 약정 수수료 15%가 아닌 최고 25%를 일방적으로 차감당한 사실을 확인했다.
성선청과가 롯데슈퍼로 입은 피해는 10억원 상당이라고 한다. 김 사장이 문제를 제기하자 2015년 8월쯤 롯데슈퍼 담당 상무는 2013년 4월부터 6월까지 약정된 수수료율 보다 과다 차감한 2139만 원을 김 씨에게 지급하겠다는 확인서를 써줬다.
이에 김 사장이 공정위와 법원에 문제를 제기하자 롯데슈퍼는 공정위와 법원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급조한 것으로 보이는 계약서를 제출했다. 사업자명이 ‘성선청과’가 아니라 ‘성성청과’로 기재돼 있고, 사업자등록번호 역시 틀렸다. 김 사장은 현재 롯데슈퍼를 상대로 민형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슈퍼가 법원에 제출한 2009년 계약서(왼쪽)와 2013년 계약서. 성선청과의 사업자번호와 사업자명이 틀리고 인감도장도 다르다. 갑 란은 비었다.
◇ 공정위, 롯데 혐의 알고도 무혐의 처리?
아하엠텍은 지난 2007년 롯데건설의 하청을 받아 현대제철 화성 일관제철소 건설에 착수했는데 공사가 진행되면서 추가공사 및 물량증가가 있었다. 아하엠텍은 이 추가공사 대금을 147억 원으로 추산했고, 롯데건설은 53억 원으로 견적을 내면서 분쟁이 생겨 공정위가 조사를 진행했다.
공정위 실무부서는 심사보고서를 통해 롯데건설이 하도급법을 위반했다며 아하엠텍에 하도급대금 결정금액 약 113억 원과 시정명령, 과징금 32억 3600만 원을 부과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2011년 소회의를 열고 롯데건설에 대해 무혐의 처리했다.
◇ 기업 갑질, 소비자불매운동이 정답이지만....
흔히 한국은 소비자불매운동의 불모지라고 한다. 실제 남양유업 홈플러스 롯데 등을 타켓으로 여러단체에서 불매운동을 펼쳤지만 여전히 해당 기업은 높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 역시 갑질문화에 대한 혐오의식은 높다. 지난 2015년 1월 한국언론진흥재단 의 ‘갑질 문화에 대한 국민 의식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95%는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갑질 문제가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높은 의식에도 불구, 왜 한국 소비자들은 말로는 불매를 외치고도 돌아서면 그 회사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걸까.
시민단체들은 소비자들이 나로부터의 출발이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것을 아직 실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촛불 하나가 뭉쳐져 이전 정부의 퇴진을 불러왔듯 소비자 한명이 한명이 뭉쳐질 때 기업의 갑질문화를 바꾼다는 믿음부터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불매운동을 통해 무엇인가 변화 이끌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급선무다. 동시에 시민단체 등도 불매운동으로 인해 소비자가 사용하지 못하는 해당 기업의 제품 혹은 서비스를 대체할 만한 대상을 찾아내고 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