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4.04.12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문화

[책과사람] 권력자가 ‘과거 기억’을 이용하는 법

URL복사

ISIS와 나치, 트럼프와 푸틴의 역사 미화 정책 <권력은 왜 역사를 지배하려 하는가>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가 없다>의 저자 윤상욱 외교관은 신간 <권력은 왜 역사를 지배하려 하는가>를 통해, 전 세계의 권력자들이 역사를 정치의 도구로 이용했던 10가지 사례를 이야기한다.

환상으로 국민을 조종

19세기 유럽의 지배자들은 역사가들과 결탁해, 민족의 특수한 상징과 기억을 연구하고 그것을 대중에게 집요하게 제시했다. 우리는 다른 민족들에 비해 얼마나 영광스러운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지, 다른 민족들이 어떻게 우리를 위협해왔는지, 우리는 왜 국가에 충성하고 다른 민족에 맞서 싸워야 하는지를 인식시킨 것이다. 즉 권력은 ‘과거의 기억’을 활용해 국민을 조종하고, 자신의 지위와 명분을 더욱 확고히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슬람 국가 ISIS의 등장, 시진핑과 푸틴의 역사 미화 정책, 헝가리의 이슬람 난민 수용 거부 등 최근 정치 이슈들이 바로 그 사례다.

히틀러는 고대에 아리안이라는 민족이 북방에서 내려와 인류 문명을 창조했고, 그들의 혈통을 가장 순수하게 간직한 것이 바로 독일의 게르만 민족이라고 설파했다. 위대한 정복 민족 게르만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나치는 독일인이 믿고 싶어 하는 것을 역사적 사실처럼 조작했다. 결국 각종 신화와 역사 종교를 결합한 이 환상은 독일인들을 세뇌해갔다.

비슷한 시기, 이탈리아에서는 베니토 무솔리니가 로마제국을 재현하려 노력했다. 오늘날 우리는 로마처럼 역사와 유적이 잘 보존된 도시를 찾기 힘들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 유적들은 대부분 무솔리니의 지시로 복원됐다. 무솔리니는 고대 로마와 파시즘 외에는 모두 타락한 것, 고대의 영광과 정신을 속박하는 것으로 여겼다. 그는 국민들이 가지고 있던 환상을 이용해 자신을 황제이자 영웅으로 만들고 영원한 지지를 얻어내려 했다.

정치적 명분을 민족 역사와 동일시

중국 공산당이 덩샤오핑 시절 애국주의와 민족주의를 정책의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던 것도, 러시아의 푸틴이 ‘위대한 애국 전쟁 신화’를 만든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고려될 수 있다. 덩샤오핑은 교육 개혁을 통해 중국이 외세, 특히 일본과의 전쟁에서 큰 피해를 입었으며 중국 현대사는 온통 치욕과 패배로 점철됐다는 내용으로 역사 교과서를 개정했다.

러시아 정부는 2007년부터 2차 세계대전이 미국과 서유럽의 승리가 아닌 소련의 승리로 기억돼야 한다고 학생들과 국민들에게 주입해왔다. 2차 세계대전에 ‘위대한 애국전쟁’이라는 공식 명칭까지 붙였다. 소련이 나치의 피해자이며 2차 세계대전은 조국을 방어하기 위한 애국전쟁이었다는 뜻이다. 저자는 이 모든 것이 소련 몰락 이후 발생한 이념의 공백을 무엇으로 채웠는지에 대한 문제로 귀결된다고 말한다. 러시아는 1990년대 새 시대를 선언하며 서구화의 길을 가고자 했지만 서구의 일원이 되는 데는 실패했다. 그렇다고 사회주의로 되돌아갈 수도 없었다. 결국 푸틴이 국민들에게 선사한 것은 승리했다는 가짜 기억이다.

결국 역사 논쟁은 정치 논쟁으로 귀결된다. 역사가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우리는 역사를 통해 민족과 국가의 정체성을 인식한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배우고, 미래를 내다본다. 조작된 과거로는 조작된 미래밖에 볼수 없다. 권력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명분을 민족의 역사와 동일시하고 대중을 선동한다. 국민을 변하지 않는 지지층으로 만들어 영원한 권력을 취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들의 희망대로 모든 인간이 똑같은 기억과 생각을 가진 사회는 그야말로 ‘디스토피아’라고 말한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커져가는 동대구농협의 셀프 입·출금 의혹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지난 2월 대구지역 한 단위 농협이 조작된 초대장을 근거로 개인 계좌에 임의로 후원금을 입금한 뒤 이에 대한 항의를 일방적으로 출금한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고도의 전문성과 투명성이 생명인 금융기관이 공금인 조합 자금을 집행함에 있어 당사자 확인 조차 없었다는 점과 이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여·수신 절차 위반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조합자금 집행하며, 당사자 확인조차 안해 동대구농업협동조합(이하 동대구농협)은 지난 2월 28일 농협 법인 계좌에서 A씨 계좌로 A씨에게 아무런 통보 없이 현금 100만 원을 입금했다. 동대구농협측에 따르면 A씨의 지인 B씨가 ‘수성구 자율방범대’ 척사대회 행사 초대장을 전하며, 후원을 요청했고, 동대구농협 측은 B씨와 A씨 간 사전 협의된 것으로 인지했다는 것이다. 동대구농협측은 공익기금으로 보유하고 있던 ‘다같이 동행기금’에서 후원하기로 결정하고, ‘수성구 자율방범대 대장 A씨’ 명의 계좌로 100만 원을 입금했다. 문제는 동대구농협이 이러한 후원 요청에 대한 최소한의 확인절차조차 진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초대장에는 행사목적과 행사 일시, 장소 및 행사주체가 표기되어 있었으

정치

더보기
與 지도부 ‘총선 참패’ 책임지고 줄줄이 사퇴...차기 지도체제 논의 본격화 전망
[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국민의힘 지도부가 제22대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줄줄이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사실상 '지도부 공백' 상태에서 차기 당 지도체제를 놓고 당내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민심은 언제나 옳다. 국민의 선택을 받기에 부족했던 우리 당을 대표해서 국민들께 사과드린다"며 "국민의 뜻을 준엄하게 받아들이고 저부터 깊이 반성한다. 어떻게 해야 국민의 사랑을 되찾을 수 있는지를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국민께 드린 정치개혁의 약속이 중단 없이 실천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 위원장은 이번 총선 패배에 대통령실과 공동 책임도 있다고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제 책임"이라며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이고, 그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다"고 말했다. 향후 행보를 놓고는 "특별한 계획은 없고 어디서 뭘 하든 나라 걱정하며 살겠다"고 답했다. 다만 정치를 계속할 생각이 있는지 묻는 질의에 "제가 한 약속을 지키겠다"며 사실상 정계 은퇴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했다. 한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170억 가로챈 50대 여성 인터넷카페 운영자 징역 10년 선고
(사진=뉴시스 제공) [시사뉴스 박용근 기자] 백화점 상품권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보장 받을 수 있다며 인터넷카페 회원들로부터 170억여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여성 운영자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인천지법 형사14부(손승범 부장판사)는 11일 선고공판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및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인터넷카페 운영자 A(51·여)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씨의 아들 B(30)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다만 A씨 등의 범행을 방조한(사기방조)혐의로 함께 기소된 남편 C(39)씨에게는 "미필적으로나마 상품권 사기를 인식하면서 범행을 용이하게 하려고 방조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사기 범행은 경제질서를 왜곡하고 다수 피해자를 양산하는 등 사회적 피해가 크기에 엄중히 처단할 필요가 있다"며 "피해자들의 투자와 관련해 욕심을 부추기고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 피고인들에게 책임이 있음이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들은 피해자들로부터 고소당해 경찰 조사를 받는데도 범행을 지속해 투자금을 모집했다"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