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원성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생일을 앞두고 문 대통령의 팬들이 서울시내 18개 지하철역에 37개의 문재인 대통령 생일 축하 광고가 게재된 것으로 인해 논란이 한창이다.
광고에는 문 대통령이 활짝 웃는 얼굴 사진과 함께 ‘66번째 생일을 축하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24일쯤에는 광화문역에 대형 사진으로 만들어진 와이드 광고가 걸리고 5~8호선 열차내에는 영상광고를 재생할 예정이다.
광고업계에 따르면, 와이드 광고의 경우 1개월 기준으로 최소 250만원이 들고, 영상광고는 700만원 이상 소요된다고 한다.
문재인 팬카페의 핵심 관계자는 1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런 광고를 기획하고 실행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측의 팬카페 중 맘 카페에서 주로 했고, 여러 곳의 문재인 팬클럽에서도 자금을 보탰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생일 축하 광고가 실제로 실행 되고 향후에도 생일 전후 한 달 동안 생일 축하 광고가 걸릴 예정으로 알려지자 친박단체 측에서는 "개인 숭배 체질이냐. 북한 김일성 숭배 떠오른다"는 반응이 나왔고, 이 같은 반응에 대해 문팬 측에서는 카카오톡 단체방 등의 SNS를 통해 "팬들이 자발적으로 돈내서 한 게 무슨 잘못이냐"며 "부러우면 지는거다. 그게 부러우면 수구들도 그렇게 한번 해보던지"라고 비꼬는 반응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평소 보수성향으로 알려진 서정욱 변호사는 한 뉴스 매체를 통해 "법적으로 문 대통령 팬클럽의 이번 이벤트가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의 범위 안에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표현의 자유는 그럼에도 필자는 문 대통령 팬클럽의 이번 광고 개재와, 지하철 광고를 심의하는 서울교통공사의 광고 허용은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어 그는 서울교통공사를 향해 "홍준표, 안철수 대표 등의 팬클럽이 자발적으로 생일 축하 광고를 할 경우에도 과연 허용할 것인가, 허용하지 않는다면 차별의 정당한 근거는 무엇인가"라며 "만약 모든 정치인들의 생일 축하 광고를 허용한다면 사적 공간이 아니라 지지자와 반대자가 섞여 있는 공적 공간인 서울 지하철의 모습이 과연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결국 서울교통공사는 광고 심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인 '형평성'에 대한 고려를 전혀 하지 않았는 바 이는 추후 분명히 좋지 않은 선례로 작용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계속해서 그는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발적 팬클럽이 위 두분의 생일날 탄핵이나 정치보복의 부당성을 암시하는 생일 축하 광고를 개재하는 경우에도 과연 허용할 것인가"라며 "불허한다면 정치적 의사표현의 한계와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 등의 기준을 과연 어떻게 정할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런 가운데,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고문은 14일 해운대하나포럼, 구명총, 태극기부대 경북애국시민연합 등이 참여한 부산 남포동 피프광장에서 열린 집회에서 연설자로 나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생일(2월 2일)을 축하하는 광고를 서울, 대구 지하철에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사태가 이처럼 번지자 급기야 자유한국당도 15일 정호성 부대변인이 논평을 내어 "지하철이 문재인 대통령 팬클럽의 생일축하쇼나 하는 팬미팅 장소냐"며 "최근 각종 사건사고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미숙한 정책판단으로 민생현장이 어려움에 처한 어수선한 상황에서 서울지하철역을 뒤덮은 대통령 생일축하광고를 지켜보는 국민들이 과연 어떤 생각을 하겠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지하철은 대표적인 공공장소이며, 지하철 광고판은 정보를 소통하는 공간"이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각각 탄핵의 부당성과 문재인 정권의 정치보복을 암시하는 내용의 광고를 게재한다면 허용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생일에 맞춰 지지자들이 생일축하광고를 게재한다면 허용하겠느냐"며 "서울교통공사는 더 이상 권력에 종속되어 눈치를 보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를 처리할 것을 촉구한다"고 일갈했다.
한편, 본지는 이날 서울교통공사 홍보실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 생일 축하 광고에 대해 어떤 입장이냐'고 물었고, 홍보실 관계자는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기에 허용해 준 것일 뿐"이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