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동훈 기자] 해고노동자 등 ‘을’들에겐 저승사자 보다 무서운 대형로펌 김앤장이지만, 재벌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모습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3남인 김동선 씨는 지난 9월28일 밤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한 술집에서 김앤장법률사무소 신입 변호사 10여 명과 함께 술자리에 있다가 만취해 변호사들을 폭행했다.
이 과정에서 김동선 씨는 변호사들에게 “너희 아버지 뭐하시냐” “날 주주님이라 불러” 등 막말을 했고, 여변호사의 머리채를 잡아땡기는 등 일부 변호사에게 폭행까지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뒤늦게 사실을 안 대한변호사협회가 폭행 및 모욕혐의로 김동선 씨를 고발하면서 이 사건은 여론의 수면 위로 부상했다.
결국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나서 폭행 피해를 당한 변호사 2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피해자 모두 ‘김동선 씨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23일 밝혔다.
이에 따라 김동선 씨는 ‘폭행 및 모욕’ 혐의를 비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혐의가 인정되기 위해선 피해자 처벌을 원해야 가해자를 기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이 사실을 직시하고 있다. 이 협회 관계자는 “김동선 씨가 변호사를 폭행한 사건은 자칫 변호사의 직역과 위신을 밑바닥까지 떨굴 수 있는 사건이었다”며 재발방지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한 듯한 여운을 남겼다.
이 보다 앞서 김동선 씨도 지난 21일 입장문을 통해 “제가 왜 주체하지도 못할 정도로 술을 마시는지 또 그렇게 취해서 왜 남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서 깊이 반성하며 적극적으로 상담과 치료를 받아서 다시는 이런 일이 절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언론도 한화그룹에 유리한 기사를 양산할 채비를 마쳤다. 한화그룹 출입기자 등을 중심으로한 언론매체를 통해 김동선 씨는 사건 다음날 사과를 했고, 이에 폭행당한 신입 변호사들도 사과를 받아들였다는 내용이 전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 반비례해 국민적 분노는 되려 달아오르는 모양새이다. 인기커뮤니티 짱공유의 유저들은 “현실판 베테랑” “저 집안은 폭력으로 많이 나와 놀랍지도 않다” “땅콩항공 조현아, 남조선 폭약집단 김동선” “28살 치곤 좀 삭았네” “왜 수갑 안채움?” “뉴스서 재벌3세라길래 한화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한국화약 아니라 인간화약 ”등 다양한 의견을 남겼다.
김앤장에 대한 조롱도 잊질 않았다. 트위터 유저들은 “김앤장은 어린 X한테 처맞아도 가만 있네” “변호사가 왜 법대로 안해” “김동선의 충실한 머슴들” 등의 게시글을 통해 여론을 주도했다.
사측과의 법적 분쟁서 김앤장과 대립해온 노동계의 상대적 허탈감도 컸다. 김앤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대형 노동 분쟁 사건을 전담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김앤장은 갑을오토텍·유성기업·아사히글라스 같은 노사분쟁 사업장에서 회사 법률자문을 맡거나 소송 대리인으로 활동했다.
한 노동조합 관계자는 “우리 국민은 정에 약하고, 이름 값하는 분들의 사과에 약했다. (우리국민은) 3일후면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며 언론의 춤사위대로 김동선 씨의 폭행도 잊어버릴 것이다”고 씁쓸해했다.
한편 김동선 씨의 음주 폭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1월에도 술에 취해 서울 청담동의 한 주점 종업원을 폭행했다. 더군다나 이를 말리는 지배인의 얼굴을 향해 위스키병을 휘둘렀다고한다.
2010년에는 서울 용산의 주점에서 일하는 여종원을 만취 상태서 추행했고, 이를 막던 여종업원의 동료들과 몸싸움을 벌여 3명을 다치게 했다. 또한 유리창과 집기 등을 부쉈다고 한다.
김동선 뿐만 아니다. 아버지인 김승연 회장 역시 2007년 ‘북창동 술집클럽 종업원들 쇠파이프 폭행사건’으로 재벌총수 최초로 유치장에 수감됐다.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도 2011년 교통사고 뺑소니 혐의로 벌금 700만원, 2014년 2월 대마초 혐의로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