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을 위해 예년보다 큰 폭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등 소득증대를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최근의 민간소비 둔화가 소득증가 둔화보다는 소비성향 하락에 기인하고 있어 이에 대한 해결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인 ‘소득주도 성장’을 위해서는 소득증대가 소비로 이어져 기업의 매출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고용이 확대돼 내수가 활성화되는 경제 선순환구조가 정착돼야 한다. ‘소득증대’만큼 실제 ‘소비확대’가 중요한 이유다. 소득이 늘어나더라도 소비가 늘지 않고 저축이 늘게 되면 당초 정부가 계획한 경제 순환은 이뤄지기 힘들다.
소비 부진의 원인을 살펴본 현대경제연구원의 ‘소비 요인별 분해를 통해 본 최근 소비지출 특징’에 따르면, 최근 민간소비 부진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최근 6년간(2011~2016년) 소비지출 변화를 소득변동 측면과 소비성향(소득 중 실제로 얼마만큼의 소비가 이뤄졌는지)변동 측면으로 나눠, 지난 6년간(2005~2010년)과 비교해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를 살펴본 결과다.
보고서에 의하면 최근 6년간 국내 주요 소비 관련 지표들은 전반적으로 둔화된 모습이다. 민간소비 연평균 증가율은 2005~2010년 3.1%에서 2011~2016년 2.0%로 1.1%포인트 둔화됐다. 소매판매액지수 연평균 증가율 역시 같은 기간 3.9%에서 2.7%로 1.2%포인트 낮아졌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11년 연속 경제성장률을 밑돌았으며, 올해 또한 경제성장률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지출 증가율, 4.1%에서 1.3%로 감소
전체 가계의 소비지출액은 최근 6년간 연평균 1.3% 증가했다. 과거 6년간 연평균 4.1%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2.8%포인트 축소된 것이다. 과거 6년간 가계 평균소비지출액이 2005년 187.2만원에서 2010년 228.7만원으로 늘어난 반면, 최근 6년 동안에는 2011년 239.3만원에서 2016년 255.0만원으로 증가하는 데 그친 것이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의 소비는 ‘가처분소득’과, 가처분소득 중 얼마를 소비하느냐를 나타내는 ‘평균소비성향’으로 나눠볼 수 있다”며 “소득 변화는 가구원 특성변화, 가구 외적 요인 등에 영향을 받으며, 평균소비성향 변화는 소득분배구조, 주거비 변화, 고용안정성, 고령화 현상 등에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2005~2010년 가계 소비지출의 연평균 증가율인 4.1% 중 소득증가에 따른 효과는 4.3%포인트였으나 소비성향변동 효과는 –0.2%포인트로 크지 않았다. 그러나 2011~2016년에는 가계 소비지출의 연평균 증가율인 1.3% 중 소득증가에 따른 효과가 2.9%포인트였으며 소비성향변동 효과는 –1.6%포인트로 이전보다 확대됐다.
모든 소득계층에서 소비성향 하락
소득분위별로 살펴보면 저소득·중간소득·고소득 등 모든 소득계층에서 평균소비성향 하락이 소비지출을 제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모습은 특히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더 크게 나타났다.
소득 1분위 저소득층 가계의 소비지출 증가율은 2005~2010년 97.6만원에서 115.1만원으로 연평균 3.4% 증가한 반면, 2011~2016년에는 121.9만원에서 126.9만원으로 연평균 0.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최근 6년 소득증가에 따른 효과가 3.6%포인트로 비교적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6년에 비해 소비성향 하락으로 인한 효과가 –2.7%포인트로 컸기 때문이다.
소득 2~4분위 중간소득층의 경우에는 같은 기간 237.1만원에서 249.9만원으로 연평균 소비지출액이 1.1% 늘었다. 과거 6년간 4.3% 증가한 것과 비교해보면 증가폭이 크게 축소됐다. 최근 6년간 소득증가에 따른 효과가 3.3%포인트, 소비성향변동 효과는 –2.3%포인트를 보였다.
소득 5분위의 고소득층은 363.2만원에서 398.0만원으로 연평균 1.8% 증가했다. 과거 6년간 연평균 3.9% 증가한 것에 비하면 증가폭이 크게 줄어든 것이나, 소비성향변동 효과가 –0.9%포인트에 불과해 저소득층 대비 1/3 수준이었다.
연령별로는 청장년층과 중년층 가구의 소비성향 하락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과거 6년에 비해 최근 6년 동안의 소비지출액은 △청장년층(30대이하) 4.6%→0.9% △중년층(40~50대) 4.4%→2.1% △고령층(60대이상) 3.0%→1.0%로 조사됐다.
소득변동 효과는 △청장년층 4.6%포인트→2.8%포인트 △중년층 4.4%포인트→3.7%포인트 △고령층 4.4%포인트→2.7%포인트였으며, 소비성향변동 효과는 △청장년층 0.0%포인트→-1.9%포인트 △중년층 0.0%포인트→-1.5%포인트 △고령층 –1.4%포인트→-1.6%포인트로 더 떨어졌다.
“소득보다 소비성향 하락 때문”
김 연구위원은 “최근 가계 소비 부진의 주된 원인은 소득증가 속도가 둔화된 측면도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평균소비성향 하락 현상이 컸기 때문”이라며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소비성향 하락으로 인한 소비지출 감소 효과가 매우 컸으며, 중간소득 계층은 상대적으로 소득의 증가 속도가 둔화되며 소비지출이 위축된 측면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소비성향 감소효과가 고령층에서만 나타났지만 최근에는 청장년층과 중년층 등 모든 연령대로 확산되고 있다”며 “특히 청장년층 가구는 소득증가 둔화와 소비성향 하락 효과가 모두 크게 나타나 소비지출 증가율이 급락했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위원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성공하려면 가계의 소득여건 개선뿐 아니라 최근 소비성향 하락에 영향을 준 요인들을 해결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노령인구의 일자리 창출 △양질의 일자리를 통한 중산층 비중 확대 △가계부채 구조 개선으로 가계부채 연착륙 유도 △부동산 가격 및 전월세 안정 유도 등을 통해 가계가 소비를 줄이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또한 최근 대내외적 경제 여건이 개선됨에 따라 민간소비가 증대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체적인 경기가 상승 국면이면 가계 소득이 늘어나 자연스럽게 소비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으나, 최근의 경기회복세는 수출이 많이 기여한 측면이 있어 수출 증대가 실제 가계 소득으로, 소비로 연결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