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원성훈 기자] 경기도 1천년의 역사를 맞이해 서울의 변두리로서의 경기도가 아닌 ‘경기도 브랜드의 세계화’를 지향하면서 자치와 분권, 연정, 경제민주화, 문화예술, 평화의 5가지 시대적 가치를 기치로 내세우는 정기열 경기도의회 의장.
11월2일 ‘시사뉴스‧수도권일보’는 공동으로 경기도의회 의장실에서 정 의장과 인터뷰 했다.
5가지 시대적 가치
정 의장은 자신이 경기도의회 의장으로 출마할 때 “자치와 분권, 연정, 경제민주화, 문화예술, 평화의 5가지 시대적 가치를 제시했다”고 한다. ‘의장은 군림하는 체어맨이 아닌 도민의 의견을 수렴‧증폭시키는 스피커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가 그 당시에 5가지 시대적 가치를 제시했던 이유는, “정말로 지방정부가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술회했다.
‘지방정부’가 생소한가?
그가 강조하는 5가지 시대적 가치의 디테일이 궁금했다. 그는 ‘자치와 분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제가 의장에 취임하면서 지방정부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시도의장 협의회에서 처음 지방정부라는 용어를 사용했더니 시도의장 협의회에서는 지방정부라는 용어를 행안부에서 반대하고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그런 용어를 사용했을 때 앞으로 행안부와 우리 시도의회 협의회와 협의하는데 어려움이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였다”고 회고했다.
‘지방정부’라는 용어를 기록에서 삭제하려고까지 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의 주장을 요약해본다.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도 벌써 26년이 지났는데 실질적인 지방정부의 역할을 하지 못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방정부도 중앙정부와 마찬가지로 ‘정부형태’로 구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또한, 문 대통령도 발표한 바 있는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제’는 당연히 올바른 방향이고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경기도의회가 끊임없이 자치와 분권을 위해 노력 했기에 그렇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향후에도 전문가들과 함께 각종 심포지엄과 토론회 등을 개최하면서 지방자치와 분권을 가다듬어 가겠다고 했다.
연정중재위원회로 ‘책임연정’ 구현
경기도 의회의 ‘연정’에 대한 그의 노력은 각별한 것으로 비춰졌다. 그는 경기도와 경기도의회는 구조적으로는 대립적인 기관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자(前者)가 집행기구라면 후자(後者)는 견제기구라는 것. 그는 실제로 경기도에서 누리과정예산을 두고 대립했던 사례를 들면서 ‘연정’에 반하는 행동으로 인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경기도민이 입는 것을 목도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주창해 설립한 것이 ‘연정중재위원회’였고 자신의 그 기관의 의장이 됐다고 했다.
그는 연정중재위원회를 통해 연정이 삐걱 거릴 때 ‘중재’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른바 ‘책임연정’의 구현이다. 이런 발전적 변화는 구체적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 첫째가 2017년 예산편성 때 5년 만에 처음으로 법적시한 내에 예산편성에 성공하는 개가를 이뤘다는 것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 경제민주화의 핵심
경제민주화에 대한 그의 생각은 간명했다. 그는 경기도가 대한민국 산업의 중심이므로 경제민주화에서도 경기도가 앞서가야겠다는 것이다. 그가 경제민주화의 핵심으로 꼽은 것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였다. 그는 남경필 도지사에게 "비정규직과 용역직원들을 정규직화 하는데 지사가 동참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고 경기관광공사, 문화의 정당, 복지재단 등과 협약을 통해 경기도가 내년도에 비정규직과 용역직원들을 정규직화 하겠다는 선언도 이끌어 냈다고 한다.
‘경기도’라는 브랜드
정 의장이 문화예술에 관심을 둔 이유는, 경제가 좋아지고 많은 사람들이 부유해져도 그 사람들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정신적 가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경기도가 서울의 변두리 문화권에서 벗어났다고 자평하면서 경기도라는 브랜드가 이제는 외국에도 많이 알려져 있고 서울만이 아닌 경기도가 정말 대한민국을 선도하고 있구나하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화예술도 진작시켜서 경기도 1천년을 맞는 해를 맞이해 경기도가 문화예술에서도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DMZ평화공원 조성 - ‘남‧북평화’의 단초
정 의장이 언급한 ‘평화’의 핵심은 남북관계에서의 평화였다. 경기도는 도내에 DMZ를 품고 있는 만큼 평화의 중요성을 실감하는 지역이다. 따라서 DMZ를 평화공원으로 조성해야겠다는 생각을 피력했다. 그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경기도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과거 개성공단이 중단됐을 때 개성공단에 있던 중소기업들과 간담회를 갖고 그들의 고충을 해결하고자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했다고 밝혔다.
“권력은 나누지 않으면 부패한다”
정 의장은 정치인으로서 개헌에 대한 생각도 언급했다. 지방분권형 개헌을 거론하는 가운데, 자신은 바람직한 권력구조로 내각제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현행 헌법이 87년 직선제 개헌을 통해 성립됐지만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서 ‘성공한 대통령’이 한명도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권력은 나누지 않으면 부패한다”고 강조했다.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서 대통령과 대통령의 주변인들이 사익을 위해 권력을 사용하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대안으로 ‘시스템적 권력’이라는 개념을 주장했다. 대통령으로 그 누가 선출되더라도 시스템적으로 안착된 권력이라면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대체재로 그가 선호하는 것은 내각제 개헌이다. 그는 과거 2공화국 시절에 내각제를 실시했을 당시에는 국민의식이 그다지 높지 않았기 때문에 5.16이라는 역풍에 좌초됐지만 이제는 내각제 여건이 성숙됐다고 보고 있다.
이어 그는 ‘의원들의 자질문제에 대한 반론’도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 문제는 책임과 권한을 동시에 부여하면 의원들이 잘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아울러 OECD 36개국 중에서 단지 4개국만이 대통령제를 하고 있고 32개국이 내각제임을 거론하면서 그만큼 내각제가 장점이 많기 때문에 대다수의 선진국들이 선택하고 있는 것이라는 믿음을 드러냈다.
임기를 마치는 의장으로 남고 싶다
마지막으로 세간의 적잖은 관심사인 정 의장의 내년 지방선거 출마(시장 출마) 여부에 대해 그는 단호히 말했다. “저는 3선 도의원이 됐을 때 도의원 불출마선언을 했다. 의장이 되면서 첫 기자회견 때 내년 지방선거 불출마 선언을 했다. 의장으로서 역대 의장들을 쭉 둘러봤다. 전반기 의장은 총선에 출마하고 후반기 의장은 지방선거 즉, 시장에 출마했다. 그런데, 잘된 의장들이 한명도 없었다. 모두 낙선한 것이다.
그래서 도민들이 원하는 게 뭘까 생각해봤다. 이제껏 역대 의장들은 역량이 부족해서였을까, 기회가 안 닿아서였을까를 생각했다. 그리고는 답을 얻었다. 도민들은 임기를 마치는 의장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듯하다. 의장은 끝까지 의무를 마치고 책임을 완수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었을까 한다.
정치를 잠시 쉬더라도 그러지 말아야겠다. 의장으로서는 처음으로 임기를 마치고 싶다. 배움의 기회를 더 얻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겠다. 나중에 도민들로부터 ‘정말 진정성 있게 일을 했구나’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