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지난 6월 한미 정상회담 이후 처음으로 열린 경제포럼에서 양국 참석자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한국 측은 “성공적인 협력 모델”이며 “양국 모두 이익을 봤다”고 평가했으나, 미국 측은 “미국의 적자가 심각하다”며 “한국이 미국보다 기회를 잘 포착했다”고 말했다.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제1차 한미 민관합동 경제포럼’이 개최됐다. ‘한미 경제관계 새로운 발전을 위한 동력’을 주제로 열린 이번 경제포럼은 지난 6월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따라 민관 전문가들과 함께 양국의 경제적 기회 증진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환영사에서 조현 외교부 2차관은 한미 양국 관계에 대해 “군사 동맹에서 출발해 FTA 발효로 경제 동맹으로 발전했으며, 성공적인 협력 모델을 만들어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전 세계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평등 확산과 고용 없는 저성장 등 구조적인 문제를 겪으면서 양국은 적극적으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양국 관계에 있어서도 새로운 경제 협력 모델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 내퍼 주한미국대사대리는 “한국은 미국의 가장 중요한 교역 상대국이며 한미 FTA는 양국 간 중요한 상징”이라면서도 “한국과의 교역에 있어서 미국의 적자가 심각하다. FTA 이후로 적자가 2배로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문제를 시정할 필요가 있다. 한미 양자가 함께 모여 적합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서 진행된 ‘한미경제관계 현 주소 점검’ 토론에서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본부장은 “FTA 발효 이후 한국 수입시장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6% 늘어났으며, 미국 수입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0.6% 증가했다”며 “이 수치를 보면 한국과 미국 모두 FTA로 인해 혜택을 얻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미 FTA와 한미 동맹에 기초해 향후 양국 간 협력을 증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커스 놀랜드 PIIE 부소장은 “미국과 한국은 강력하고 역사적이며 다면적인 동맹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한미 관계는 시험대에 있는 것 같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교역 수지를 성공 지표로 강조하고 있는데 양국 간 교역 지표가 잘못 파악되기도 하고, 지표를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결과가) 굉장히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역 정책의 목표는 국가 수입을 늘리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한국이 FTA가 준 기회들을 미국보다 잘 포착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미국에서는 NAFTA, FTA, WTO를 철회할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이 갖고 있기 때문에 한미 FTA에 대해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다만 한미 FTA를 무조건 철회하겠다고 할 경우, 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리스크가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