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동훈 기자] 대한민국 의료, 정치, 행정, 시민들이 힘을 합해 극적인 의료 드라마를 써내려가고 있다. 중대한 오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늦어도 6개월 후면 국내 난치성 희귀질환 신경내분비암 환자들도 루테슘-177 도타테이트( 177Lu-DOTATATE) 의약품의 생산 소식을 들을 수 있을 예정이다.
루테슘-177은 신경내분비종양의 방사선의약품 치료제로 해당 암세포에 달라붙어 암세포를 추적, 파괴하는 표적 타켓형 치료제이다. 항앙요법에서 흔히 발생하는 머리 빠지는 등 부작용도 거의 없다.
실제 말레이시아 등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들도 “완치 상태가 아니지만 현재까지 부작용 없고, 한동안 정상적인 삶이 가능했다”고 증언했다.
지난 18일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강건욱 교수, 한국원자력연구원 홍영돈 박사, 서울시립보라매병원 핵의학과 오소원 교수, 카이바이오텍 김영덕 대표 등 4명과 식품의약품안전처 담당자들은 충북 청주시 식약처 청사에서 회의을 갖고 루테슘-177 국내 생산과 관련해 긍정적인 해법을 이끌어냈다.
식약처 담당자들은 <시사뉴스>와의 통화에서 반복투여독성시험를 통해 방사선의약품 ‘루테슘-177’의 인체무해성만 입증되면, 큰 변수가 없는 한 조속한 시일 내로 제품허가 등을 내주겠다고 약속했다.
보건복지부 담당자들 역시 이와 발맞춰 신경내분비환자들이 루테슘-177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정책을 정비할 예정이다.
식약처의 제품허가가 떨어지면 적절한 치료제가 없는 암말기 환자에게 신약공급 치료기회를 주는 동정적사용승인계획(EAP), 환자의 본인부담을 줄여주는 희귀난치성질환 지원 프로그램에 포함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여기에 더해 루테슘-177이 보험급여에 포함되면 환자의 금전적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현재 말레이시아 등에서 루테슘-177 치료비는 국내기준 1200만원까지 치솟았다.
미국 프랑스 등에서 개발중인 관련 방사선의약품도 국내 도입시 2000만원~2500만원 선에서 책정될 가능성이 높아 일반 환자로선 치료를 포기해야하는 실정이다.
항암치료등 화학요법도 있지만, 극심한 고통을 동반하는데다 치료법이 아닌 생명연장요법에 지나지 않고 그 효과도 오래 가지 않는다. 치료비도 역시 막대하다.
신경내분비종양의 실태를 최초로 알리게 된 계기였던 이영신 씨 경우 치료비를 감당못해 현재는 집에서 고통완화요법인 뜸 등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루테슘-177 도타테이트( 177Lu-DOTATATE)가 국내생산이 되면 최소 100~200만원 선까지 치료비를 격감시킬 수 있게 된다.
앞서 언급한 희귀질환지원 프로그램과 EAP, 보험급여 덕분이다. 무엇보다 희귀질환제 의료주권을 갖게돼 타국의 잇속에 우리 환자들의 생명과 경제 사정을 맡기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보건당국의 방사선의약품 이해 부족과 규제에 막혀 생산이 되질 못하는 실정이었다.
이런 암담한 상황에서 물꼬를 튼 것은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양승조 의원(더불어민주당). 그는 강건욱 교수, 김연지 씨등 환자들과의 면담을 잇따라 갖은 후 직접 보건당국들에 전향적인 검토를 호소했다.
또한 이 사실이 사회 각계에 알려지면서 보건당국을 압박했고, 실제 고위층에서도 수차례 보건당국 관계자를 불러 사실여부를 확인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보건당국 관계자 모두가 방사선의약품을 공부했고, 그 치료원리와 장단점을 인지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루테슘-177 허가에 중요한 반복독성시험은 조만간 서울대병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황원재 신경내분비환자모임 대표(
http://band.us/band/64311537) 는 “막대한 치료비를 주고 해외에서 루테슘 시술을 받을 수 없는 환자들은 그저 고통스런 항암요법을 견디거나 조용히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며 “도움주신 양승조 위원장과 강건욱 교수 등 의료인들, 시민들 그리고 전향적인 검토를 해준 보건당국 모두에게 가슴깊이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신경내분비환자 모임은 내달 4일 오후 2시 경기도 성남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세미나를 갖고, 의료인들과 함께 신경내분비종양 치료를 위한 다각적인 정보와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