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과거 블루칼라 생산직 종사자들만의 문제로 보였던 일자리 부족이 이제는 화이트칼라 전문직 종사자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한때 대학을 졸업해 유망한 전문직에 진입하는 것이 장밋빛 미래를 보장해 줄 것만 같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전문직 역시 미래는커녕 지금 당장의 현실도 녹록치 않다.
학위의 가치가 낮아지고 있다
지난 세기까지만 해도 개인이 한 직업에 종사할 경우 10년 후 자신의 미래를 예측하고 계획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학자들은 현재의 초등학생들이 본격적으로 직업을 갖게 되는 10~15년 후 개인당 30~40개의 직업에 종사하게 될 수 있다고 전망했는데, 만약 이 예측이 현실화된다면 거의 1년에 한번 직업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이 주장을 뒷받침하듯,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는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직업이 20년 뒤에는 대부분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한마디로 더 이상 ‘직업적 미래’를 꿈꿀 수 없게 되었다는 뜻이다. 2000년에서 2010년까지 전 세계 대학 졸업자 수는 9000만명에서 1억3000만명으로 증가했다. 그에 따라 학위의 가치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으며, 미국 대학 졸업자들의 경우 절반 이상이 직장을 구하지 못했거나, 대학 학위가 필요 없는 직종에서 일하고 있다. 이는 비단 미국에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OECD에 따르면, 2016년 한국의 청년 실업률은 10.7%로 미국의 10.4%보다 높았다. IMF 직후인 2000년의 10.8%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게다가 통계청 조사 결과 2017년 7월 현재 구직 포기자가 무려 50만명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에 따라 학자금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급증하고 있다.
창업가 정신만이 살 길이다
저자는 이러한 전 세계적 현상을 지켜보며 현재의 상황을 한마디로 ‘대학을 졸업해 평범한 직장인이 되는 시대는 끝났다’고 정의한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대학 졸업자가 엄청나게 늘어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른바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다’는 말로 대변되는 첨단화와 기계화가 인간의 일자리 자체를 빼앗아 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저자는 대신 오늘날 우리가 복잡성 영역과 혼돈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 비즈니스와 일자리 문제에서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단순성과 난해성 영역의 일이 학교 교육 등 일련의 제도적 틀 안에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함으로써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복잡성과 혼돈 영역의 일은 창의적이고 창발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저자는 이것이 바로 앙트레프레너십(entrepreneurship), 즉 창업가정신을 구현하는 것과 맞닿아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이제는 무의미한 학위를 따느라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것보다 창업가정신을 구축하고 발휘하는 데 투자하는 게 미래의 일자리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지금처럼 인간의 근본적인 동기를 추동하는 것이 곧 부로 이어지는 시대는 없었다고 말한다. 즉 일에서 자유와 의미를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물질적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이전 세기만 하더라도 자유와 의미를 좇는 것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인생의 후반기에나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들을 추구해야만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