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SK케미칼과 애경의 가습기살균제에 대해 “주요 성분이 독성물질”이라며 형사고발과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하고도, 공소시효를 일주일 남긴 시점에 심의절차를 종료함으로써 해당 업체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SK케미칼이 제조하고 애경이 판매한 가습기살균제 제품인 ‘가습기메이트’에 대한 공정위 심사보고서가 공개됐다.
2016년 7월 작성된 공정위의 심사보고서는 ‘가습기메이트’에 대해 “주요 성분이 독성물질이라는 점 혹은 성분명을 은폐 누락했고, 인체에 유익한 것처럼 표시광고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또한 “주요 성분이 독성물질이라는 정보는 소비자의 구매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보에 해당한다”며 “반드시 표기돼야 할 인체의 안전과 관련된 정보를 은폐 누락하면서 유익한 효과가 있는 것처럼 기만적인 표시광고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을 오인하게 하는 표시광고행위를 해 소비자의 인명을 사상하는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점을 고려해 형사 책임을 물어야 할 필요가 있다”며 회사 책임자에 대한 고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어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이므로 애경산업은 81억원, SK케미칼은 250억원의 한도에서 과징금을 부과하고, 기만적 표시광고에 대해 시정명령을 받았다는 일간지 공표를 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이 같은 공정위 심사보고서는 기만표시광고죄의 공소시효인 2016년 8월31일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뒤집혔다. “제품의 인체 위해성 여부가 최종 확인된 이후 위법성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심의절차가 종료된 것.
공정위 관련 헌법재판 소송 대리인인 송기호 변호사는 “표시광고공정화법에 따르면 표시·광고 중 사실과 관련한 사항에 대해서는 해당 사업자가 실증해야 한다”며 “게다가 당시 공정위는 신고자가 SK케미칼과 애경의 표시광고 위반에 대해 신고한지 한달 이상이 지난 후에야 사건조사를 시작했고, 조사 과정에서 신고자에게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설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측은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심의절차를 종료하는 바람에 심사보고서가 지적한 기만표시광고죄를 적용할 수 없게 됐다”며 “인체에 무해하다는 광고를 한 ‘가습기메이트’에 대한 공정위의 면죄부 문제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습기메이트’ 사용 피해자이자 공정위를 상대로 한 헌법 소원을 진행하고 있는 이은영 너나우리(가습기살균제 3·4단계 피해자 모임) 대표는 “피해자로서 여러 어려움을 겪던 중 마지막 희망으로 공정위에 표시결함 및 과장광고로 신고를 했다”며 “제출한 증거자료들이 너무나도 명확했기 때문에 과거의 옥시 사례처럼 최소한 과징금 판결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고 공정위 심의결과가 나오기만을 피 말리는 심정으로 기다렸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공정위는 심의종결을 하면서, 게다가 제가 신고한 표시결함 및 과장광고에 대한 심의가 아니라 환경부에서 진행 중인 실험을 언급하며 심의종결을 내려버렸다”며 “저는 신고 당시 이런 식의 흐름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제품 위해성 문제를 배제한) 표시결함과 과장광고에 대한 것만 판단해달라고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이어 “공정하고 투명해야 하는 공정위가 신고자에게는 SK케미칼과 애경을 검찰 조사로 이어지게 만들 간절한 기회이자 피해자의 권리를 박탈하고 책임을 물어야할 기업을 보호하고 나섰다는 자체에 너무나 감당할 수 없는 실망과 분노를 느낀다”며 “공정위는 앞으로 정확하고 제대로 심의하고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