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동훈 기자] 드디어 운명의 날이 밝았다. 평화마라토너 강명구 선수는 지난해 2월 10일 개성공단이 폐쇄된 지 1년 9개월여만에 단절된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기 위한 희망의 첫발을 내딛는다.
네덜란드 헤이그 현지시간 1일 오전 10시30분 이준열사 기념관 앞. 이 시간을 기점으로 <평화마라토너 강명구와 함께 달리는 유라시아대륙횡단 평화마라톤(이하 유라시아평화마라톤)>로 명명된 1만6000 km 유라시아 16개국을 관통하는 사상 초유의 마라톤 레이스가 14개월간 펼쳐진다.
도전자 강명구 선수는 올해로 환갑을 맞은 아마추어 마라토너이다. 그러나 2015년 아시아인 최초로 미국 서부 끝 LA에서 동부 끝 뉴욕까지 5200km를 마라톤으로 횡단해 세상을 놀라게했다.
또한 지난 6월 6일부터 24일까지 제주 강정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사드반대 평화 마라톤’ 663km를 완주한 전력도 갖고 있다.
강 선수는 이번 유라시아평화마라톤을 통해 전세계 평화운동가를 연결하는 평화 네트워크 조성과 한민족 통일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토대마련, 그리고 통일을 바라는 모든 국민이 함께 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서 붙여진 별칭이 ‘평화 마라토너’. 그는 110년전 망국의 한(恨)을 품고 순국한 이준 이준 열사가 잠든 네델란드의 헤이그에서 출발해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등 서부유럽과 헝가리 세르비아 불가리아 등 동부유럽을 거쳐, 터키 이란의 중동과 중앙아시아의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키르키즈스탄을 통과하고 중국에 도착한 후 북한을 넘어 내년 10월 서울에 귀환할 예정이다.
강 선수는 “지난 미대륙 횡단 때도 유모차에 음료수 등을 싣고 125일간 사막과 산맥, 눈보라 등 악천우를 이겨내고 완주했다”며 “이 헤이그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오는 동안 밟아갈 모래 한알한알에 남북평화의 메시지를 새겨놓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만일 북한 땅을 경유해 서울의 결승선을 밟는다면 경색된 남북교류의 숨통이 트이면서 그의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겠단 꿈도 허황되지 않게 된다.
‘대한민국일주 달리기’, ‘통일기원 달리기’, ‘사드반대 평화 마라톤’ 등 크고 작은 레이스의 완주 경험으로 단련된 다리와 심장이지만 주변사람들은 강 선수에 대한 걱정으로 노심초사다.
지원 환경이 너무 열악하기 때문이다. 일체의 기업 후원 없이 오로지 평화협정행동연대 등 시민단체와 그의 메시지를 응원하는 시민들의 십시일반 모금을 통해 후원을 하고 있고 다음카카오를 통해 스토리펀딩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모금액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형편이기에 그는 차량 지원과 동행 없이 기나긴 4만리 여정에 나선다. 달리기 특성상 필히 발생할 부상과 돌발 사고도 홀로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한 송영길 북방경제협력위원장 부부가 “그 먼길을 어떻게 유모차를 혼자 밀며 달리게 할 수 있느냐? 지원차량이 함께 해줘야 한다”며 전세값 인상을 대비해 모아놓은 돈에서 지원비 2천만원을 후원하기도 했다.
주최측도 현재 인터넷 공식카페, 페이스북, 티셔츠 판매, 다음카카오스토리펀딩 등을 통해 지원금 마련에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김창준 유라시아평화마라톤 사무처장은 “주최측의 지원이 미미해 미안한 마음 뿐이다”며 “그 어느때보다 남북평화를 기원하는 시민들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때”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