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2015년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사업자 선정 당시 관세청의 부당평가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면세점업계가 혼돈에 빠졌다. 관세청이 점수를 잘못 평가하면서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이 2번이나 연달아 탈락하고, 이로 인해 한화갤러리아면세점과 두타면세점이 사업자로 선정된 것이다. 약 4400억원에 이르는 매출 피해를 입은 롯데면세점이 관세청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에 나설 것인지,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한화와 두산이 특허권을 잃게 될지는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달라지게 됐다.
감사원은 관세청 등을 대상으로 ‘면세점 사업자 선정 추진실태’를 점검한 결과 총 13건의 위법·부당 사항을 적발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5년 7월 서울지역 총 3개의 면세점 신규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관세청이 점수를 잘못 부여해 롯데면세점 동대문점이 부당하게 탈락하고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선정됐다. 같은 해 11월 특허가 만료되는 3곳의 서울시내 면세점 후속사업자 선정 과정 또한 관세청이 점수를 잘못 부여해 롯데월드타워점이 떨어지고 두산이 선정됐다.
박찬석 감사원 재정경제감사국장은 “계량항목들이 잘못 선정된 과정에서 일부 고의성이 확인됐으나 위에서 어떤 지시가 있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며 “실무자들이 평가 과정에 조작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특정 업체에 점수를 더 많이 준 이유에 대해 실수였다고 주장하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관세청이 지난해 서울지역에 면세점 4곳을 추가하기로 한 것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고 밝혔다. 관세청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이미 2015년에 사용한 면세점 신설 근거를 2016년에 재활용했으며, 최대 1개에 불과한 추가 발급 가능 특허를 4개로 늘리기 위해 자료들을 왜곡했다. 여기에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를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업체들이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무단폐기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피해자가 된 롯데, 의심받는 한화·두산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감사 결과에 따르면 1차(2015년 7월) 심사 당시부터 사업자 선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부득이하게 피해자가 돼 버렸는데 이 때문에 월드타워점이 특허권을 얻지 못하면서 고용문제 등의 이슈가 발생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1차와 2차(2015년 11월) 사업자 선정 당시 탈락하게 된 것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으나, 관세청이 탈락 이유에 대해 설명해주지 않았고 이의제기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월드타워점이 탈락하지 않았다면 3차(2016년 12월) 심사에 대한 의혹도 없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털어놨다.
부당평가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는 “월드타워점이 6개월정도 문을 닫았었는데 전년 매출로 보면 약 4400억원의 매출 피해”라며 “이 밖에 월드타워 내 빅브랜드들을 특허권 재획득까지 유지시키며 발생한 피해와 고용문제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도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검찰 조사에 들어간다고 하니 롯데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검찰 조사에서 1·2차 심사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결과가 나와야 대응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상황에 따라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이에 반해 관세청의 부당평가로 특허권을 취득하게 되면서 특혜 시비에 휘말리고 있는 한화갤러리아와 두타면세점은 원론적인 입장만을 표명하거나 아예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당시 신규 사업자 선정 공고 기준대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했으며, 면세점 선정 과정 및 세부항목 평가 점수도 알 수 없던 상황”이라며 “사업권 반납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당사도 감사 결과를 보고 의아했다”며 “감사 결과와 관련해 연락을 받거나 조사를 받은 적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두타면세점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한 입장은 표명하지 않겠다”고 입을 닫았다.
업체 부당행위 없었다면 취소 가능성 낮아
관련 업체뿐 아니라 면세점업계 전체가 뒤숭숭한 분위기다. 한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밝혀진 문제와 연관된 업체들은 당황하면서도 대응에 골머리를 앓고 있을 것”이라며 “다른 업체들도 사드 영향으로 영업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일로 면세점산업 전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생겨 상황이 좋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1·2차 사업자 선정 결과에 대해 “업계에서는 한화와 두산이 롯데를 꺾고 특허권에 따냈다는 사실에 의아해하는 분위기였다”며 “업력, 유통 기반 등 경쟁력이 약한 한화와 두산이 어떻게 롯데를 이기고 특허권을 따낸 것인지 업계에서는 말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선정 결과에 대한 관세청의 구체적인 설명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없다보니 공정성 시비가 이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감사 결과를 보면 롯데가 2번이나 심사에서 떨어지고 한화와 두산이 특허권을 취득했는데, 한화와 두산이 관세청과 공모했는지는 밝혀진 게 없다”며 “현재로서는 특혜를 받았다기보다는 반사이익을 본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허권 경쟁이 심화돼 특혜 시비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면세점 특허권이 5년한시법으로 바뀌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5년 뒤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신규 특허가 나오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일단 따고 보자라는 식”이라며 “그러다보니 로비나 내정설 등이 자꾸 나오고, 이런 상황이 악순환되고 있다.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화와 두산이 부당한 선정 과정을 통해 특허권을 획득한 만큼, 일각에서는 특허권 취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으나 업체의 부당행위가 없었다면 특허가 취소될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청 관계자는 관련 업체의 특허권 취소 가능성에 대해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도 특허를 취소하라는 내용은 없었다”며 “관세법 위반에 해당하는 업체의 부당성이 확인돼야 특허 취소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감사원 또한 관세청에 대한 감사 결과 발표에서 “관세법 규정을 보면 법정취소 사유까지는 안 되고 직권취소는 할 수 있으나, 직권취소는 공익사유에 한해 취소될 수 있어 쉽지 않다”며 “업체가 직접 연루돼 있다는 수사 결과가 나온다면 직권취소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