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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커버스토리①]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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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패러다임’은 어떻게 한국인을 지배했고 몰락했나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동시에 ‘성장주의’라는 종교를 상징한 ‘박정희 패러다임’은 몰락했다. 공정한 성장과 정의로운 분배라는 아젠다를 내세운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은 성장지상주의와 작별을 더욱 분명히 한 국민의 선택이다.

건국 이후 대한민국을 지배해온 가장 강렬한 이데올로기인 성장지상주의는 그동안 몇 차례 도전과 의심을 받긴 했지만, 단 한 번도 전 국민적 환멸에 부딪힌 적이 없었다. 물론, 지금도 ‘성장’은 가장 중요한 화두다. 하지만 더 이상 ‘성장’이 모든 것을 희생해도 좋을 절대적 가치로 여겨지는 시대는 지났다. 대한민국은 반세기 만에 패러다임 전환기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부조리’를 참으면 ‘돈’이 된 기억

‘박정희 주의’는 한 마디로 ‘성장제일주의’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박정희 정권이 내세운 유일하고 절대적인 국가경영 철학이 성장지상주의였다. 이후 모든 정부와 학계 언론계 재계 등 나라 전체가 분배보다 성장을 우선시해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성장’을 위해서라면 선택적 혜택, 계층적 불공평, 조직에 대한 개인의 희생이 당연시되는 ‘박정희 패러다임’은 왜 국민의 마음을 이토록 오래 사로잡은 것일까? 전문가들은 ‘압축 성장’에 대한 ‘좋은 기억’ 때문이라고 말한다. 장기집권과 독재, 재벌 중심의 불균형 경제 정책이 맞아떨어지면서 가능했던 기적적 성장의 열매는 소수 기득권이 독점하는 와중에도 바구니에서 넘쳐흘러 아래로 굴러갔다. 근대화의 수혜는 비처럼 뿌려져 모두를 적신 것이다.

인간은 기대보다 현실이 좋을 때,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나을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압축 성장이 얼마나 극대화된 행복을 주었을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고도성장기의 경험은 단지 ‘기억 미화’가 아니라도, 결코 잊히지 않는 달콤한 향수인 것이다.

문제는 박정희 정권이 부조리를 합리화시키기 위해 설파했던 국가 경제를 우선 발전시킨 후에 분배한다는 ‘파이이론’이 신화가 됐다는 사실이다. 대중에게

‘분배’는 ‘성장’의 반대 개념이라는 왜곡이 각인됐다. 자고 일어나면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국가를 만나는 짜릿한 경험이 불공평을 받아들이고 정의와 자유를 저버린 대가라는 잘못된 이미지를 심어준 것이다.

‘헬조선’을 비판한 청년들

성장지상주의의 실질적 종말은 정경유착과 관치금융의 적폐가 불러온 IMF 외환위기다. 이동걸 동국대학교 교수는 1997년 외환위기의 본질에 대해 “박정희 정권 이래 누적된 재벌경제 체제의 한계와 그로 인한 병증이 폭발한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위기의 극복 또한 성장지상주의의 틀 안에서 진행되며 불평등 양극화 심화와 공룡 재벌 지배의 기형적 구조를 강화시켰다. 이 교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는 재벌의 확장을 억제하는 정도의 성과가 있기는 했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다시 재벌의 고삐가 풀리고 무제한 확장세를 보였다”며, “한국경제는 1997년의 재벌개혁 호기를 활용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한계에 이른 성장지상주의가 지속되면서 부작용은 심화됐다. 박정희 신화를 경험한 세대들은 금붙이를 내놓고,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만들며 잊을 수 없는 달콤한 경험인 경제 신화 재현의 환상을 이어갔다. 하지만 고도성장기의 향수를 가지지 않은 젊은 세대들은 저성장에 양극화 불평등의 구조를 급기야 ‘헬조선’으로 명명했다. 여전히 조직에 대한 개인의 희생과 자유의 억압이 요구됐지만, 예전과 같은 보상은 없는 상황에서 청년세대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갑을 갈등’ ‘숟가락 계급론’은 배금주의 사상과 불평등에 대한 청년세대의 분노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세월호 참사가 터졌다. 원리 원칙을 무시하고 오로지 더 저렴하게 더 이율을 극대화하고자하는 경제적 효율성의 가치관으로 운영된 세월호 사고에서 국민들은 난파하는 대한민국을 보았다. ‘가만히 있으라’는 권위에 순종한 결과는 참혹했다. 설상가상으로 대형 참사에서 국가는 ‘구조’와 ‘규명’이라는 당연한 역할도 아닌 ‘감추기’ ‘억압하기’로 일관하면서 성장지상주의와 권위주의에 대한 회의가 극에 달했다.
‘반항아’ 새로운 시대정신을 이끌다

세월호 사건의 충격은 ‘정의란 무엇인가’ ‘국가란 무엇인가’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것인가’란 철학적 고민을 불러왔다. ‘박정희 패러다임’ 성장지상주의에 금이 쩍쩍 가고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시킨 ‘촛불혁명’은 이 같은 대중 심리를 배경으로 한다.

‘촛불집회’의 절대 다수를 차지한 40대는 성장지상주의에 대해 유년기부터 환멸을 가진 세대다. 문재인 대통령의 압도적 지지 세력이기도 한 이들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진보적인 세대이자, 역사상 가장 진보적인 40대로 통계청에서 분석하기도 했다.

민주주의를 쟁취한 ‘386세대’조차 성장지상주의를 버리지 못했다. 고도성장의 수혜를 가장 많이 받은 세대이기 때문이다. ‘386세대’가 박근혜를 당선시킨 주역이라는 점은 ‘박정희’를 타도하며 또 ‘박정희’를 향수하는 이 세대의 아이러니를 잘 말해준다.

반면, 경제호황과 문화융성기의 풍요를 유년기부터 누리고 제도적 민주주의 속에서 자란 ‘영포티(Young Forty)’는 희생을 통해 가난을 극복한 기억이 없으며, 사회에 진출하면서 IMF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 같은 경험들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고, 부를 위해 정의를 희생하며, 조직을 위해 개인을 희생하는 이전 세대의 성장지상주의에 대한 거부감이 가장 강한 세대로 이들을 키웠다.

90년대 이들은 “지하 단칸방에 살아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살고 싶다”는 뉴스의 인터뷰로 설명됐고, 근면과 노동의 가치를 조롱하며 유흥에 빠진 ‘오렌지족’ ‘야타족’ 등으로 상징되기도 했다. 성장지상주의 시대에 철없는 ‘반항아’로 지탄받던 ‘X세대’가 ‘영포티’로 성장해 새로운 패러다임의 선두에 서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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