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수정 기자] 새 정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대신할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출범을 확정하면서 향후 5년간의 정 과제 선정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경제 분야에선 정부 주도의 일자리 창출로 대표되는 '제이(J)노믹스'의 구체적 면모가 드러날 전망이다. 일자리·소득 확대에 기반한 성장 구조 확립, 미래형 및 주력 산업 육성을 통한 저성장 탈출, 사회적 통합 및 복지 형평성을 강조하는 지속가능한 성장 추구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성장 선순환 구조 구축 기대
분수효과(Trickle-up effect)를 추구하는 새 정부의 경제 정책이 향후 우리나라가 선순환 구조의 성장모델을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IBK경제연구소는 'J노믹스의 출범, 한국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문재인 대통령 경제공약(J노믹스)의 핵심을 '일자리 창출을 통한 분수효과(Trickle-up effect) 추구'로 평가했다. 분수효과란 과거 기업·고소득층 주도의 낙수효과(Top-Down) 방식 성장모델과 상반되는 개념으로 아래에서 위로 솟구치는 분수처럼 가계와 저소득층이 경제성장을 이끈다는 개념이다.
분수효과가 작동하려면 가계소득이 증가해야 하는데 문 대통령은 이를 위해 △일자리 공약 △공정 분배 △복지 강화 등을 J노믹스에 담았다. 일자리 공약은 일자리 수와 양질의 일자리를 함께 늘려 가계소득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소방관·경찰관 등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등이 일자리 공약의 간판이다.
공정 분배는 경제성장의 과실을 다수의 국민이 공유하는 포용적 성장 정책이다. 향후 재벌개혁,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고소득자 과세 강화, 법인세 인상 등이 추진될 전망이다. 서민들을 위한 정책에도 힘을 실었다. 가계부채·주거비용 부담 완화, 생활비용 절감 정책 등이 골자다.
IBK경제연구소는 "J노믹스가 재벌개혁 및 사회약자 지원을 강조함에 따라 성장보다는 분배에 방점이 찍힌 정책집중이 예상된다"며 "향후 지역간·대-중소기업간 불균형, 소득 양극화 해소를 법제화하는 방향의 정책이 추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분수효과를 통해 J노믹스가 불러올 한국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일자리 창출로 인한 소득증가가 소비·투자·생산 증가로 이어지는 경제성장 선순환 구조 구축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J노믹스론 경제성장 못한다?
J노믹스는 단순히 복지지출을 증가시키는 차원을 넘어 일자리를 통해 국민소득을 높인다는 점에서 소득주도성장론보다 다소 진일보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핵심은 소득주도성장론이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성장론은 검증이 안 된 이론"이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사실 소득주도성장은 우리경제 성장 패러다임의 변화로 이해할 수 있다. 기업과 수출이 주도하던 기존의 성장공식을 가계 소득과 내수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대기업 수출 중심의 성장 효과가 가계로 퍼지는 낙수 효과가 없어진 만큼 임금 상승 등으로 가계소득이 늘면, 내수경기가 살아나고 기업 활력도 높아진다는 논리다. 그렇게 기업이 호황을 누리면 다시 투자와 고용을 늘려 가계 소득도 올라간다고 본다.
이를 두고 기존 성장모델이 한계에 봉착한 만큼 우리경제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는 한편, 완전히 새로운 시도인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득주도성장론은 경제 이론적으로 성장론이 아니다"라며 "새로운 가설일 수는 있으나, 이론적으로도 실증적으로도 검증된 바가 없다"고 했다. 박 교수는 "소비를 한다고 해서 경제의 생산력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생산력은 자본축적량, 노동력, 기술수준에 의해 결정된다"며 "소득은 성장의 결과일 뿐 원천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소득증대에 따른 내수활성화가 경기활성화에는 도움이 될지라도 공급측면에서 생산력을 높이는 결과를 낳을 수는 없어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없다는 분석이다. 소득주도성장론은 경제성장론과 경기순환론을 혼동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소득주도성장은 성장과 분배의 두 마리 토끼를 좇다보니 오히려 유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박 교수는 "(경제성장과 양극화해소) 둘 다 안 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학에 두 가지 목적을 추구하려면 두 가지가 있어야한다는 말이 있다"며 "경제정책에는 일석이조가 없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공통적인 견해"라고 했다.
결국에는 소득을 끌어올려 내수경기를 부양하는 정책과 함께 잠재적 생산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별도의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공약 중 하나인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등으로 가계 소득을 늘림과 동시에 민간 기술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생산능력을 올리기 위한 세 가지 방법 중 유일하게 남은 것은 기술발전"이라며 "소위 말하는 R&D, 기술집약형 창업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정부가 (소득주도성장)화두를 꺼냈기 때문에 되돌리기 힘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공공부문 일자리는 사회서비스나, 안전 등으로 국한을 하고, 나머지는 민간부문에서 일자리를 생기게 해야 지속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