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우리나라 국민행복도가 최하위 수준으로 조사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 자살률이 압도적으로 높았으며 삶의 만족도, 여가시간, 국가투명도도 하위권에 머물렀다. 경제적인 측면은 양호한 상태이며 복지 수준도 소폭 개선됐지만, 국민행복도가 낮아 복지체감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지난 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OECD 국가의 복지 수준 비교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복지 수준은 OECD 34개 국가 중 2011년 23위에서 2016년 21위로 두 계단 상승했으나 국민행복도는 30위에서 33위로 떨어졌다. 연구원은 복지 수준을 비교하기 위해 △경제활력 △재정지속 △복지수요 △복지충족 △국민행복 5개 부문을 설정했다. 이번 연구에서 우리나라는 경제활력도가 2011년 0.750점에서 2016년 0.834점(8위)으로 상승했고, 복지수요도 또한 0.781점에서 0.786점(10위)으로 소폭 올랐다. 반면 국민행복도는 0.348점에서 0.133점(33위)으로 크게 하락했으며 복지충족도는 0.407점(28위)으로 동일했다.
경제활력·재정지속도 ‘양호’
사회구성원이 노동·상품시장에서 확보할 수 있는 자원을 의미하는 ‘경제활력도’를 세부적으로 살펴본 결과, 2014년 기준 OECD 34개국 중 우리나라의 고용률은 64.2%로 21위에 그쳤다. 고용률 상위권 국가인 아이슬란드(80.1%), 스위스(79.4%), 노르웨이(75.4%) 등과 비교했을 때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 1인당 GDP는 3만2019달러로 22위를 기록했다. 반면 실질경제성장률은 3.7%로 5위,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3.1%로 2위를 차지해 비교적 양호한 수준을 보였다.
복지에 대한 사회적 대응을 가능하게 하는 국가의 여력인 ‘재정지속도’ 항목 중 국가채무 비율은 33%로 4위를 기록, 상위권에 올랐다. 국가채무 비율이 가장 낮은 나라는 에스토니아(12.2%)였으며 일본(231.7%)이 가장 높았다. 평균 흑자재정을 보인 국가에 대해 알아보는 재정수지 비율에서 우리나라는 노르웨이(11.6%)에 이어 2위(1.1%)를 차지했다. 34개국 중 흑자를 기록한 나라는 우리나라와 노르웨이를 포함해 6개국뿐이었다. 국민부담률은 24.2%로 3위를 차지했으며 덴마크(47.1%), 프랑스(43.8%), 벨기에(43.7) 등의 유럽국가가 높은 부담률을 보였다.
장애연금·공공사회지출 ‘최하위’
사회구성원 각각의 욕구의 총합을 뜻하는 ‘복지수요도’를 나타내는 항목 중 총부양비는 34개국 중 36.9%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5~64세의 경제활동인구 규모 대비 15세 미만 아동과 65세 이상 노인 인구 규모의 비중이 낮아 미래를 대비할 여력이 있다는 뜻이다. 총부양비가 높은 나라는 이스라엘(63.3%), 일본(61.1%), 프랑스(57.1%)로, 우리나라와는 2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조세 납부 및 소득 이전이 이루어진 이후 처분가능소득의 소득 분배 수준을 보여주는 지니계수를 살펴본 결과, 우리나라는 18위(0.302)인 것으로 조사됐다.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한 상대빈곤율에서는 14.4%로 25위를 기록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평균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의 합으로 산출된 경제고통지수의 경우 스위스(4.7%)에 이어 4.9%로 2위를 차지해 가장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가 구성원의 사회적 욕구에 실제 대응하는 정도인 ‘복지충족도’에서는 건강보험 가입률(100%, 17개 국가 동공 2위), 영유아 1인당 보육 공공사회지출액(6097달러, 8위)이 중상위권이었다. 영유아 보육 공공사회지출액이 중상위권에 오른 것은 2010년 이후 확대된 보육 정책의 성과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반면 실업급여 소득대체율(56.1%, 23위)과 공적연금 소득대체율(39.3%, 25위)은 중하위권에 머물렀는데, 두 항목 상위권 국가의 소득대체율이 90% 내외로 나타나 우리나라와의 격차가 매우 컸다. 특히 하위권을 기록한 인구 1인당 장애연금 지출액(41.2달러, 32위)의 경우, 1·2위인 노르웨이(1325달러)와 덴마크(1027달러)에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었다. 공공사회지출 비율(10.4%, 32위) 또한 하위권을 기록, 상위권인 프랑스(31.9%), 핀란드(31.0%), 벨기에(30.7%)의 1/3 수준으로 나타났다.
자살률 압도적으로 높아
만족도·여가시간·국가투명도 ‘중하위’
사회적 욕구와 복지 노력을 통한 대응 간의 일치·불일치 정도를 나타내는 ‘국민행복도’를 △자살률 △합계출산율 △출생시 기대수명 △삶의 만족도 △여가시간 △국가투명도로 나눠서 살펴보니, 자살률(28.7명/10만명)과 합계출산율(1.21명)이 34위로 꼴찌를 차지했다. 삶의 만족도(5.5점, 27위)와 여가시간(14.7시간/일, 25위), 국가투명도(56점, 27위)는 중하위권이었으며, 5개 항목 중 출생시 기대수명만 10위(82.2세)로 중상위권에 올랐다.
특히 자살률의 경우 33위인 일본(18.7명)과도 큰 차이를 보였고 1위인 터키(2.6명)의 11배에 달해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출산율에서도 우리나라는 1위인 이스라엘(3.08명)에 절반에도 못 미쳤다. 기대수명은 가장 높게 나타난 일본(83.7세), 스페인·스위스(83.3세)와 1.1~1.5세 차이가 났으며, 가장 낮은 멕시코(74.8세), 헝가리(75.9세)보다는 6.3~7.4세 높았다.
삶의 만족도는 이탈리아가 5.8점으로 우리나라와 같은 점수였으며, 일본(5.9점, 26위)과 슬로베니아(5.7점)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24시간 중 근로시간을 제외한 시간을 측정하는 여가시간은 프랑스가 16.36시간으로 가장 높았고 그 뒤를 스페인(15.93시간)과 네덜란드(15.90시간)가 이었다.
100점 기준으로 살펴본 2015년 기준 국가투명도(부패인식지수)는 56점으로 체코와 같은 점수를 기록했다. 국가투명도가 높은 나라는 덴마크(91.0점), 핀란드(90.0점), 스웨덴(89.0점)이었으며 멕시코가 35점으로 가장 낮았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76.0점과 75.0점으로 중위권 수준으로 조사됐다.
낮은 복지체감도 개선 필요
이번 분석 결과에 대해 김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은 “우리나라의 복지 수준이 그간 종합 순위에서는 높아졌지만, 상대적 위치를 고려한 점수에서는 상위권 국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국민행복도가 그러한데, 복지 수준을 협의로 정의할 경우에 더 적합한 평가 지표가 될 수 있는 것은 국민행복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1997년 금융위기 이전에는 복지 지출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았음에도 국민의 생활은 오히려 활력이 있고 안정적이었다”면서 “반면, 2016년 보건·복지·고용 부문에 투입되는 정부 예산이 123조4000억원으로, 총예산의 31.9%에 이르는 등 현재 복지 지출이 상당히 증가했음에도 복지체감도는 그리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향후의 복지 정책은 국민들의 복지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국민행복도 지표를 구성하는 개별지표를 개선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주기적으로 복지 수준 변화 추이를 다른 OECD 회원국과 비교·분석함으로써 복지 수준 측정 지표들 중에서 우리나라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 이를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