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4.03.28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시네마 돋보기

‘신’이라 불리는 ‘악마’가 지배하는 곳

URL복사

독재 정권의 고문실이자 사교 단체를 배경으로 만든 실화 영화 ‘콜로니아’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1961년부터 30년간 운용된 칠레의 비밀 감옥 콜로니아 디그니다드(Colonia Dignidad)를 배경으로 만든 실화 영화다. 엠마 왓슨, 다니엘 브륄, 미카엘 니크비스트가 출연했다. ‘존 라베 난징 대학살’의 독일 출신 플로리안 갈렌베르거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칠레 정치격변기 역사에 허구 가미


1973년 정치격변기 칠레 산티아고가 영화의 배경이다. 루프트한자의 스튜어디스 레나는 산티아고 비행 스케줄 기간 동안 칠레에 있는 연인 다니엘과 달콤한 휴식을 보낸다. 독일인 사진작가 다니엘은 칠레의 자유 정부 모임을 도와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에 가담해 활동하고 있다. 군부의 만행을 사진 찍다 다니엘은 체포되고 비밀경찰들에 의해 어디론가 끌려간다. 레나는 수소문 끝에 다니엘이 ‘콜로니아’로 불리는 사교 단체에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연인을 구하기 위해 그곳에 신도로 위장해 잠입한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지만, 남녀 두 주인공을 비롯해 드라마의 대부분은 허구다. 전개의 핵심은 연인의 로맨스와 구출 작업의 긴장감이다. 인물들은 이 과정에서 사교 조직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고 관객은 단계적인 폭로의 충격을 공유한다.


실화물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역사적 시간과 공간의 시각화는 흥미롭지만, 리얼리티보다는 관습적 문법이 우선시 되고 순화돼서 표현됐다. 칠레 군부의 악명 높은 산티아고 국립경기장(National Stadium) 숙청 작업이 연상되는 장면도 등장하는데, 엄청난 고문과 처형이 이루어진 역사가 너무 참혹한 나머지 영화는 소소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군부의 만행을 함축적이고 긴장감 있게 전달하기 때문에 장면 자체는 효과적이다.


주요배경인 피노체트 정권의 비밀 감옥이자 고문실이었던 콜로니아 디그니다드에 대한 묘사 또한, 잔인함에는 틀림없지만 그 시간 밖에서 벌어진 참상에 비해 평온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내용 자체가 평온한 것은 아니다. 상업 영화로써 관객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표현의 전형화를 선택한 것이 그 이유다.





실화의 힘, 타자의 한계


이 영화의 가장 높은 가치는 실화라는데 있다. 나치 전범이자 아동성폭행범인 폴 쉐퍼가 독일에서 이주해 개인 농장에 자리 잡은 사교단체 콜로니아 디그니다드는 독재자의 참혹한 낙원이었던 피노체트 정권과 닮았다. ‘신’이라 불리는 ‘악마’가 지배하는 이곳은 지배와 피지배의 철학적 사회적 문제, 미국과 독일을 포함한 관련국들까지 책임을 느끼고 반성해야할 역사라는 점에서 폭넓은 사고의 원천을 제공한다.


하지만 영화는 실제 소재의 가치를 뛰어넘지 못한다. 조미료와 연성화가 지나치다는 문제 그 이상으로 상황 설정이 엉성하고 개연성이 부족하며 진부하다. 종교 단체의 설명과 그 구성원에 대해 피상적 묘사에서 나아가지 못하는 상상력의 빈곤에다 역사와 사람에 대한 해석의 빈곤까지 드러낸다. 영화는 당연히 역사 전체를 담을 필요가 없지만, 장면을 삭제하는 것과 그 역사의 무게까지 덜어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비슷한 역사를 경험한 우리에게는 더욱 이 가벼움이 어색하다. 결국 이 영화는 칠레에 감금된 독일인이라는 타자의 시선이기 때문에 그 이상의 통합적 시선과 통찰을 기대하기에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덕분에 소재가 주는 무거움이 덜어진 것은 상업 영화로써 장점일 수 있다. 서스펜스가 참신하지는 않지만 전반에 깔려있어 지루하지는 않은 편이다. 실제로 콜로니아 디그니다드에 대해 공개된 부분이 많지 않아 실체에 대한 궁금증도 긴장을 놓지 않게 하는 요소다. 하지만 역시 이 영화는 다시 말하지만 실화라는 힘에 상당부분 의존한다. 허구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음에도 불구하고 실화라는 사전 정보는 허구마저 실화로 오인하게 하면서 연출 외적인 에너지를 발휘한다.


비록 독재와 사이비 종교 단체에 대해 이 시대에 유의미한 통찰을 담아내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아 보이지만, 이 영화는 칠레의 암흑기와 인권유린 고문 착취 감금 등 반인륜적인 범죄에 대한 일깨움과 관심을 촉구한다는 점에서 제작 자체가 가진 파급력까지는 부인할 수 없다. 특히 독일인의 관점에서는 여러 가지로 큰 의미를 지닌다. 실제로 영화 개봉 이후 독일 정부는 공식적으로 콜로니아 디그니다드와 관련된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美해경 "볼티모어 사고 화물선, 교량충돌 직전 항구서 엔진 수리"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미해안경비대는 27일 (현지시간) 미국 볼티모어항의 교량 아래에서 동력을 잃고 교각에 충돌한 사고 화물선이 사고 전에 "정기 엔진수리"를 받은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발표했다. 교각이 무너지면서 다리 위에서 일하다 물속으로 빠진 6명의 인부가운데 2명의 시신이 이날 수습되었다. 나머지 희생자는 이미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해안경비대는 모든 구조 노력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26일 프란시스 스콧 키 브리지에 충돌한 선박에 대해 수사하고 있는 수사관들은 27일 선박의 증거물 수집에 나섰다. 희생된 두 남성의 시신들은 이 날 오전 교량의 중간 지점의 7.6m깊이의 물속에서 빨간색 픽업 트럭 안에 탄채로 발견되었다고 메릴랜드주 경찰국의 롤란드 버틀러 경감이 저녁뉴스 시간의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새로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는 멕시코 이민 출신으로 볼티모어에 살고 있던 알레한드로 푸엔테스(35)와 과테말라 이민으로 메릴랜드주 던도크에 살던 도를리안 로니알 카스티요 카브레라(26)로 확인되었다. 수색팀의 구조는 일단 끝났지만 앞으로도 음향 탐지기 등을 통해서 무너진 다리 밑 부근에 침몰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다른 희생자들의 차량을 계속

정치

더보기
정희용, 고령군‧성주군‧칠곡군 교육복지 강화 및 광역교통망 구축 공약 발표
[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경북 고령군․성주군․칠곡군)은 27일, 고령군․성주군․칠곡군의 세 번째 공약인 <삶을 바꾸는 주민 중심 교육복지 강화‧광역교통망 구축>을 공개했다. <삶을 바꾸는 주민 중심 교육복지 강화‧광역교통망 구축> 공약의 지역별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고령군은 지난 1월 「달빛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사업 기본설계 시 고령역이 차질없이 반영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기존 관광시설 등과의 연계로 생활 인구와 유동 인구 증가를 도모하고, 지역 발전의 새로운 모멘텀으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성주군은 남부내륙철도 성주역 건설과 동서3축(성주~대구간) 고속도로 건설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성주군을 동서교류 확대와 경제․교통․물류의 중심축으로 연결함으로써 지방소멸에 적극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칠곡군의 경우 2030년을 목표로 건설을 추진 중인 대구경북 신공항 개항에 발맞춰 관내 정거장 설치가 반영될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정희용 의원은 지난 2월, 현재 예비타당성조사 시작 단계에 있는 대구경북 신공항 광역급행철도 사업의 향후 노선에 대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중국을 어떻게 인식해야 하고 대응해야 할까? <중국과 한반도의 미래>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른북스 출판사가 정치/사회 신간 ‘중국과 한반도의 미래’를 펴냈다. 중국은 우리가 만만하게 볼 수 있는 나라일까? 남중국해, 대만 등에서 끊이지 않고 영토 분쟁을 일으키는 중국의 본심은 어디에 있을까? ‘중국과 한반도의 미래’의 저자는 중국이라는 나라는 우리가 결코 쉽게 볼 수 없는 국가라고 말한다. 그들은 내면에는 수천 년의 역사를 통해 중국이 한반도를 지배했다는 DNA가 새겨져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지금은 대만 문제가 현재진행형이기에 잠잠하지만, 대만만 중국의 손아귀에 넣고 나면 본격적으로 한반도를 향한 야욕을 드러낼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중국과 한반도의 미래’의 저자는 중국에서 자신이 느꼈던 중국의 저력과 문화적 본질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시시때때로 한반도를 향한 야욕을 드러내고, 이를 현실화하는 것이 중국의 힘이기 때문에 중국을 제대로 알아야 적절히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 1부에서는 중국의 저력을 느낄 수 있는 중국인의 생활, 문화, 역사와 관련한 이야기가 제시되고, 2부에서는 남북한 이슈, 국내외 정치 등 중국과 한반도를 둘러싼 저자 나름의 정세 분석이 담겼다. 진정한 한반도의 평화,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가성비보다는 가심비 챙기는 삶 되어야
아빠와 딸이 자동차를 번갈아 운전하며 여행을 가고 있는데 기름이 바닥났다는 경고등이 켜지자 아빠와 딸은 주유소를 찾아 기름을 넣어야 한다며 근처 주유소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검색 결과 바로 2~3분거리에 주유소가 있는데 휘발류값이 상대적으로 다른 주유소에 비해 많이 비쌌고 반면 10~15분 정도 거리에는 휘발류값이 상대적으로 많이 저렴한 주유소가 있었다. 기성세대(꼰대)인 아빠는 당연하다는 듯이 10분, 15분 정도 가는 수고를 감수하고서라도 값이 많이 싼 주유소를 가겠다고 주장했고, MZ세대인 딸은 눈앞에 주유소를 두고 왜 멀리 떨어져 있는 주유소를 가냐며 결국 언쟁을 벌이다 아빠의 주장대로 값이 싼 먼거리의 주유소로 가서 주유를 하게 됐다. 그런데 값이 싸다는 이유로 주유 대기를 하는 차는 많았고 오랜 기다림 끝에 겨우 주유를 하게 되었는데 딸이 아빠에게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다. 아빠는 가성비만 알고 가심비는 모르냐?”고 쏘아붙인다. 주유를 마친 아빠와 딸은 마침 식사시간이 되어 근처 식당을 가게 됐다. 메뉴판에 있는 많은 음식들 중에 아빠의 눈에 들어온 것은 메뉴 중 거의 제일 저렴하면서도 대중적인 김치찌개, 된장찌개였고, 딸의 눈에 들어온 메뉴는 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