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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커버스토리/박근혜 게이트⑤] 예술가는 ‘권력의 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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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지원금 배제, 국가기관 관련 활동 억압 등으로 검열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문화계에 돌던 ‘연피아’ ‘블랙리스트’ 등의 소문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문화예술계 역대 최대 규모의 시국선언으로까지 번졌다.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문화융성’의 실상은 비선실세들의 놀이터이자 먹거리에 불과했다. 최근 몇 년간 유래 없는 문화계의 검열과 지원금 차별 등이 박근혜 정부 ‘문화융성’의 참모습이었던 것이다.



‘금지어’ 언급하면 보복


국제 영화 무대와 시장에서 위치를 다지며 성장을 거듭하던 부산국제영화제가 파행에 이른 것은 ‘문화융성’과는 반대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부산국제영화제의 파행은 돈줄을 쥐고 자기 입맛에 맞는 예술 활동만 허용하겠다는 권력의 추악한 횡포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영화 ‘다이빙벨’ 상영을 강행했다는 이유로 집행위가 대거 잘리자 영화인들이 보이콧하면서 영화제의 위상은 추락했다.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은 지난 9일 서울문화재단이 개최한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관련 토론회에서 “부산영화제와 같은 국제적인 영화제를 다시 재건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며, “부산영화제가 망가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가슴이 아프다”고 통탄했다.


‘세월호’는 문화예술계 전반의 금지어로 통했다. 출판계에도 ‘세월호’를 비롯한 권력에 비판적인 키워드가 들어간 작품에 지원을 금지하는 정황이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실의 지원 결과를 분석한 결과 그 많은 ‘세월호’ 관련 출판물들이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지원 사업에서 모두 탈락한 것으로 밝혀졌다.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외부 지침은 없었으며 선정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심사과정에서 압력이 있었다는 출판계 인사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연극계도 정부의 검열과 블랙리스트 탄압에 맞서 싸운지 오래다. 검열에 항의해 지난해 연극인 1000여명이 서명했고 표현자유 억압을 비판하는 릴레이 항의 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블랙리스트에 올라와 있는 작가의 작품과 ‘세월호’ 관련 작품을 지원 선정에서 배제했다. 권력에 저항하거나 풍자하는 작가들이 블랙리스트로 관리되는 정황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연출가 박근형은 2013년 대통령을 풍자한 작품 ‘개구리’를 연출한 이후로 지원 선정에서 탈락되는 등 탄압을 받아왔다.


박근형 연출의 연극과 국악이 콜라보된 공연을 준비하던 국악연주단체 앙상블 시나위 신현식 대표는 불과 공연을 2주 앞두고 공연에 포함된 연극을 빼줄 것을 요구하는 국립국악원의 전화를 받았다. 신 대표는 “자연음향을 써야 하니 연극 요소가 들어가면 음악이 들리지 않는다 혹은 배우들 소리가 안 들린다고 했다. 우리가 어떻게 콜라보 하는지 작업실 와서 보라 했더니 한 번도 오지 않고 계속 연극적 요소를 빼라고만 했다”며, “그런 사태를 겪으면서 결국 공연은 자진 취소됐다. 치욕스럽게도 소정의 사례비를 주겠다 하더라. 회의감이 크게 밀려왔다”고 증언했다. “박근형 대표 때문이냐?”는 신 대표의 질문에 국립국악원 연구관이 말문이 막히는 녹취록이 최근 공개되기도 했다.




권력 개입할 수 없는 시스템 필요


문화예술계에는 이 같은 권력의 횡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블랙리스트’를 오히려 훈장으로, 지원 선정 대상이 된 예술가는 죄인이 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한 독립영화 감독은 “예전에는 지원금을 받으면 실력이 입증됐다는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에 돈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지원금을 받으면 자괴감을 느끼고 부끄러워해야할 상황이다. 지원 대상에 선정됐다는 것은 권력에 순응하는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영화평론가 김소희는 “검열은 한 사회의 가치관을 가늠케 하는 리트머트 시험지”라고 말한 바 있다. 군사정권에서는 사전심의제가 강력한 검열의 도구로 이용됐다. 권력의 비위를 거스르는 작품에 애초에 공개조차 어려운 시대였다. 하지만 자유의지는 인간의 본질이다. 금지곡  금서가 가장 심하게 나돌던 시기였고, 젊은이들과 지식인들에게는 오히려 현재의 ‘블랙리스트’가 자랑이 되듯, 금지된 작품은 필수적으로 경험해야할 작품으로 인식됐다.


90년대는 광주항쟁을 그린 독립영화 ‘오! 꿈의 나라’와 전교조문제를 담은 ‘닫힌 교문을 열며’가 사전심의를 받지 않고 영화를 상영해 파문을 일으켰다. 공권력이 대학까지 침투해 영화 상영을 제지해 엄청난 파장을 불러왔다. 사전심의제는 이후 1996년 헌법소원을 통해 철폐된다. 강압적 권력이 눈과 귀를 막는 것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함을 역사는 잘 말해주고 있다.


최근의 검열 방식은 주로 지원금 대상에서 배제시키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국정감사에서 정부기관은 “이것은 지원 시스템 문제이지 검열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작품을 제작하고 공개하는 ‘예술 활동’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원금이 필요하고, 예술가들은 지원금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해 자기 검열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지원금을 포기하면 기업의 ‘자본’이 검열의 칼을 쥐게 된다. 어느 쪽으로 가도 검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현재 예술가의 처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예술의 수준은 낮아지고 ‘권력의 개’ ‘사회와 분리된 예술’만이 남게 된다. 전형적인 자본주의 검열 시스템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토론회에서 “블랙리스트에 포함돼 불이익을 당한 예술가들을 우선 지원하겠다”는 발언을 했지만, 이 발언은 역설적이게도 권력이 예술을 대하는 고질적 문제를 보여준다는 비판을 받았다. 돈줄을 쥐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예술가에게 사탕을 주겠다는 논리는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선심성 발언이 아닌,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지원금 제도에 권력이 일체 개입할 수 없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 문화예술인들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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