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박용근 기자>해외 서버를 두고 외국 축구·야구·농구 경기를 중계하는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 8개를 개설한 뒤 100여명의 직원을 두고 판돈 3조4천억원 규모의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인천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6일 A(44)씨 등 16명을 구속하고 B(30)씨 등 12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800여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겨 달아난 총책 C(42)씨를 비롯한 일당 15명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일본과 미국 등지에 서버를 두고 외국 축구·야구·농구 경기를 중계하는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 8개를 개설한 뒤 회원을 모집해 한 번에 최소 5천원에서 최대 100만원까지 베팅할 수 있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도박 회원들로부터 판돈을 입금 받은 대포통장의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3년 6개월 동안 모두 3조4천억원이 입금됐고 이 중 1천400억여원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회장', '사장', '이사', '실장', '관리자', '종업원' 등으로 직책을 분담해 기업 형태로 조직을 운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들은 인터넷 취업 알선 사이트에 '해외근무 가능·월 200만원·주 5일 근무 라고 올려 사회 경험이 없는 젊은이들을 유인해 "월 200만원으로 시작해 3개월마다 20만원씩 올려주는 방법으로 실적이 올라가면 승진과 인센티브를 준다'는 꼬임에 쉽게 빠져들게 했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경기도 분당에 직원교육장을 차례 놓고 경기등록 등 근무방법을 훈련시킨 뒤 도박사이트 운영 본거지인 필리핀 마닐라로 보냈다.
필리핀에 도착한 이들은 현지에서는 신고나 도주를 막기 위해 여권을 빼앗기고 가명을 쓰는 등 철저한 감시를 받아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필리핀 이민국과 협조해 마닐라의 도박사무실을 급습, 17명을 검거하고 국내 회원 모집책 등 총 140명을 차례로 검거했다.
달아난 '회장' C씨는 800여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고 A씨를 비롯한 '사장' 2명은 각각 206억원, 384억원을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운영한 8개 도박사이트 가운데 회원 데이터베이스가 확보된 4개 사이트의 회원만 11만여명에 달한다.
경찰은 C씨 등 도주한 일당을 추적하는 한편 단속과정에서 현금 13억원을 압수하고 수익금 일부는 아파트와 상가를 구입하거나 유흥비로 탕진한 것으로 파악하고 수익금에 대해 끝까지 추적해 몰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