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수정 기자] 현대자동차 노사가 임금피크제 확대 시행안을 놓고 올해 임금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임금 협상, 임금피크제 확대 요구 등 핵심 쟁점을 놓고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금교섭과 관련해 여름휴가가 시작된 지난 7월30일부터 노사 실무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비공개 실무교섭을 열었으나, 입장차만 재확인했을 뿐이었다. 노사는 추석 전 협상 타결을 목표로 당분간 교섭에 집중할 방침이다.
현대차 노조는 교섭과는 별도로 금속노조 지침에 따라 파업을 추가로 실시할 예정이다. 금속노조의 일원으로 파업에 동참해 부분파업을 진행하는 것이지만, 일각에서는 회사의 임금협상 제시안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교섭타결을 위한 첫 걸음은 회사가 노조 요구안을 토대로 일괄제시안을 내는 것에서 출발 한다"며 "시간 끌기 식 교섭행태를 멈추고 조합원들의 정당한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차 노사가 워낙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어느 정도 수준에서 서로 양보하지 않으면 접점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쟁점은 '임금'
현재 현대차 노사가 가장 크게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은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임금협상'에 관련된 부분이다.
먼저 기본 임금 협상 부분을 살펴보면 현대차 사측은 별도의 1호봉 승급을 통한 월 1만4400원 인상, 성과급 250%와 250만원 지급, 개인연금 지원액 월 2만원 추가 지원 등을 제시했다.
반면 노조는 올해 임금에서 호봉승급분 제외 15만2050원 인상과 함께 전년도 순이익 5조4324억원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임금피크제 부분에서는 사측은 현재 시행중인 만59세 임금동결, 만60세 10% 임금삭감 형태의 임금피크제를 58세부터 확대 적용하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고, 노조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노사협상이 장기화 될 기미가 보이자, 파업에 대한 찬반여론도 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현대차 노조는 대한민국 노동계의 바로미터와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끝까지 투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육과 의료, 노후 등을 사측에서 책임지는 유럽 국가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노동자의 권익이 열악한 국가이기 때문에, 현대차와 같은 강성노조가 나서야 다른 업체의 노동자들에게도 수혜가 돌아가는 관행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각 기업의 노사협상은 현대차의 노사협상 결과를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반면 정부와 기업인단체를 중심으로 파업에 반대하는 여론도 높은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임금수준이 높은 현대차 임직원들에 대한 반감도 일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현대·기아차의 고액연봉이 온전히 조합원들의 노력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2·3차 협력업체의 노력이 더해진 것인지 엄정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노조를 비판하기도 했고, 현대차 박유기 지부장은 "납품단가를 어떻게 후려치는지, 부품사 노사관계를 어떻게 지배·개입하는지 실상을 산업별 교섭에서 확인하고 바로 잡자고 했지만 현대차가 무시했다. 장관은 뭘 했느냐"고 반박하기도 했다.
현대차 매출 감소? 실상은…
복수의 언론은 파업으로 인한 현대차 매출 감소가 우려된다고 일제히 보도하고 있다.
실제로 사측은 올해 파업으로 인한 손실을 9700억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으며, 18일 추가파업으로 인해 피해액은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산하 글로벌경영연구소가 내놓은 경영환경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국내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8.7% 감소한 89만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17일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낮은 생산성과 노사 간의 대립에 따른 정례적인 파업 등이 우리 자동차 산업 경쟁력의 결정적 저해요인이 될 수 있다"며 "자동차업계 노사 양측이 수출회복 전선에 동참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현대차 파업이 장기화 될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파업으로 인한 현대차 사측의 경제적 손실이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오히려 현대자동차 상반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은 47조27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 증가했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은 3조1042억원, 당기순이익은 3조532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7%씩 감소하기는 했지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현대차 경제 손실의 진위 여부를 떠나 파업이 길어져서 좋을 것은 없다는 것이 노사 양측의 공통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현대차 노사가 자신들의 주장만 내세우며 양보하지 않는다면, 결국 협상 장기화와 노조의 장외투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