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 중 하나로 꼽히는 스웨덴. 그곳에서 오랫동안 좋은 국가, 좋은 정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온 한국인 정치학자 최연혁 교수가 그간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했다.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그동안 국내 유수의 매체들을 통해 좋은 국가의 조건을 이야기해온 저자는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을 통해 국가를 개조해 보려는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그는 이 책에서 역사를 지배해온 강대국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흥망성쇠를 거듭했는지 세밀하게 짚어주며, 좋은 국가란 무엇이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힌트를 제공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경쟁에 내몰리는 청소년, 청년실업으로 빈곤세대로 전락한 20대, 집값과 육아문제에 시달리는 30대, 은퇴 위협 속에서 교육비와 부모님 생활비까지 벌어내느라 허리가 휘는 40대, 노후 파산을 염려하는 50대 이상. ‘헬조선’이 라 불리게 된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정부에 대한 불신은 최고조에 달했다.
저자는 “정책과 제도를 믿지 못하는 국민이 그것을 잘 활용하거나 제대로 지킬 리 없다. 결국 국가가 잘 돌아갈 리 만무해진다”며, “어느 한 가지를 뜯어고친다고 해서 곧바로 나쁜 국가가 좋은 국가가 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산업계가 대타협을 통해 8시간 근무제를 철저하게 실시하더라도 자녀들이 학교나 학원에서 혹사당하고 있다면 진정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은 보장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제 성장과 복지는 함께 가야 한다
저자는 소위 강대국이라 불리는 9개국의 역사를 살펴보며, 좋은 국가로 나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모색한다. 좋은 국가가 되려면 가장 기본적으로 외국의 침략을 물리치고 스스로 존속할 수 있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살펴봤을 때 이 부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외교력’이었다. 이토 히로부미는 그 옛날 외교사절단의 일원으로 강대국들을 누비며 친교를 맺고 일본의 근대화를 이끌어낸 비상한 인물이었다. 일본은 그의 노련한 외교술에 힘입어 열강의 침략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고 강대국으로 뛰어오르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또한 좋은 국가라면 경제적으로 부강하고 복지가 잘 되어 있어야 한다. 경제 성장과 복지는 함께 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어느 하나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나머지 한 가지마저 제 기능을 잃는, 언제나 함께 가야 하는 것이다. 스웨덴의 사례는 이런 점에서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 준다.
이 모든 변화를 만들기 위한 시작을 ‘국민의 변화’라고 말한다. 정치인들이 깨어 있다면 정치 제도 개혁도 함께 시작해 볼일이다. 정치 제도 개혁은 정치인 스스로 하지 않으면 언젠가 국민들이 하게 돼 있다. 프랑스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저자는 “역사적으로 볼 때 영국 미국 스웨덴 덴마크 같이 정치인들이 먼저 개혁을 시작한 경우, 국가적 시너지 효과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주장한다. “국민이 주도하는 개혁은 갈등을 치유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