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경제

정부 ‘훈수’에 용선료 폭탄 맞은 해운사들

URL복사

97년 IMF체제서 정부 ‘대기업들 부채비율 200% 이하로 낮추라’ 지침에
해운선사들 ‘부채비율’ 높이는 사선 팔고 용선으로 대거 전환 나서

[시사뉴스 천세두 기자]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들이 외국 용선주들과의 용선료(선박 임차료) 인하 협상에 사활을 걸면서 그 성과가 주목된다. 그런데 해운선사들이 이런 상황에 내몰린데는 업체들 탓도 있지만 정부의 '지침' 영향이 매우 크다는 지적이다.

한진해운은 KDB산업은행 등 채권은행들과의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자율협약) 체결을 앞두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용선료 인하 협상 시한을 늦춰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채권은행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현대상선 역시 외국 용선주들과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협상이 마무리됐다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고 있다.

이처럼 두 해운업체가 용선료에 매달리는 이유는 회사 부실의 원인 중 하나가 고액의 용선료이기 때문이다.

한진해운 선대 151척 중 사선(회사 자체 보유 선박)이 60척, 용선(빌린 선박)이 91척이다. 지난해 순수 용선료 지불액은 약 1조원이고 앞으로도 1조원 안팎을 지불해야 한다.

현대상선은 선대 116척 중 사선이 33척, 용선이 83척이다. 지난해 순수 용선료 지불액은 9758억원이고 한진해운과 마찬가지로 당분간 1조원 안팎의 돈을 내야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 같은 고액 용선료 문제가 우리정부의 정책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1997년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에 들어갔을 당시 정부는 기업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대기업들에 당시 400% 수준이었던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낮추라는 지침을 내렸다.

업종 특성상 부채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해운업에도 이 방침은 똑같이 적용됐다. 해운업체들의 경우 선박을 도입하고 건조를 주문하는 과정에서 부채비율이 1000%를 넘는 경우도 있어 논란이 됐다. 해운업체들은 부채비율 200%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해선 안 된다며 이의를 제기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정부 방침에 따라야 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정부 방침에 따르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사선들을 처분했다. 사선을 건조하기 위한 차입금은 부채로 잡히지만 용선료는 비용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두 업체는 사선을 처분하고 용선 비중을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보유 선박을 대부분 팔아 부채비율 기준을 어렵사리 충족했는데 공교롭게도 2000년대 중반부터 중국발 물동량 급증으로 해운업계가 호황을 맞았다.

세계 각국의 해운업체들이 선박을 대규모로 건조해 운용하는 동안 부채비율 200% 규제에 묶인 두 해운업체는 선박을 사지 못하고 외국 선주들과 장기 용선계약을 맺어 컨테이너선을 빌려와 영업을 했다.

당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처럼 배를 빌리려는 선사들이 많아 용선료는 급등했지만 다른 나라 해운업체에 밀릴 수 없었던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용선 규모를 오히려 더 늘렸다. 지불할 용선료보다 운항을 통해 챙길 수 있는 운임이 비쌌기 때문에 양사는 비싼 용선료를 감수하면서 장기 용선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기는 하락세로 돌아섰고 물동량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물동량이 줄어들었지만 해상에는 세계 각국의 해운업체들이 조선소에 발주해 인도 받은 컨테이너선들이 가득했다. 해운서비스 공급과잉 때문에 운임이 용선료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하락했다. 운항을 할수록 손해가 나는 지경이 됐다.

곤란해진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해마다 용선을 반납하면서 자구노력을 해왔지만 장기계약에 묶여 있는 선박이 많은 탓에 앞으로도 수년간 매년 1조원 안팎의 용선료를 내야하는 처지다. 일각에선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정부 때문에 상투(최고로 오른 주식 시세를 속되게 이르는 말)를 잡은 꼴'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회생의 첫 관문으로 용선료 인하를 지목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의 선주들은 다른 나라 해운업체들과 달리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게만 특혜를 줄 수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와 채권은행이 '용선료 인하 협상을 성공시키지 못하면 법정관리를 할 수밖에 없다'며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해운업계에선 1990년대 후반 우리정부의 부채비율 200% 규제가 사실상 용선료 문제를 촉발시킨 것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배너

커버&이슈

더보기
美해경 "볼티모어 사고 화물선, 교량충돌 직전 항구서 엔진 수리"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미해안경비대는 27일 (현지시간) 미국 볼티모어항의 교량 아래에서 동력을 잃고 교각에 충돌한 사고 화물선이 사고 전에 "정기 엔진수리"를 받은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발표했다. 교각이 무너지면서 다리 위에서 일하다 물속으로 빠진 6명의 인부가운데 2명의 시신이 이날 수습되었다. 나머지 희생자는 이미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해안경비대는 모든 구조 노력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26일 프란시스 스콧 키 브리지에 충돌한 선박에 대해 수사하고 있는 수사관들은 27일 선박의 증거물 수집에 나섰다. 희생된 두 남성의 시신들은 이 날 오전 교량의 중간 지점의 7.6m깊이의 물속에서 빨간색 픽업 트럭 안에 탄채로 발견되었다고 메릴랜드주 경찰국의 롤란드 버틀러 경감이 저녁뉴스 시간의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새로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는 멕시코 이민 출신으로 볼티모어에 살고 있던 알레한드로 푸엔테스(35)와 과테말라 이민으로 메릴랜드주 던도크에 살던 도를리안 로니알 카스티요 카브레라(26)로 확인되었다. 수색팀의 구조는 일단 끝났지만 앞으로도 음향 탐지기 등을 통해서 무너진 다리 밑 부근에 침몰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다른 희생자들의 차량을 계속

정치

더보기
정희용, 고령군‧성주군‧칠곡군 교육복지 강화 및 광역교통망 구축 공약 발표
[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경북 고령군․성주군․칠곡군)은 27일, 고령군․성주군․칠곡군의 세 번째 공약인 <삶을 바꾸는 주민 중심 교육복지 강화‧광역교통망 구축>을 공개했다. <삶을 바꾸는 주민 중심 교육복지 강화‧광역교통망 구축> 공약의 지역별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고령군은 지난 1월 「달빛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사업 기본설계 시 고령역이 차질없이 반영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기존 관광시설 등과의 연계로 생활 인구와 유동 인구 증가를 도모하고, 지역 발전의 새로운 모멘텀으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성주군은 남부내륙철도 성주역 건설과 동서3축(성주~대구간) 고속도로 건설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성주군을 동서교류 확대와 경제․교통․물류의 중심축으로 연결함으로써 지방소멸에 적극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칠곡군의 경우 2030년을 목표로 건설을 추진 중인 대구경북 신공항 개항에 발맞춰 관내 정거장 설치가 반영될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정희용 의원은 지난 2월, 현재 예비타당성조사 시작 단계에 있는 대구경북 신공항 광역급행철도 사업의 향후 노선에 대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중국을 어떻게 인식해야 하고 대응해야 할까? <중국과 한반도의 미래>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른북스 출판사가 정치/사회 신간 ‘중국과 한반도의 미래’를 펴냈다. 중국은 우리가 만만하게 볼 수 있는 나라일까? 남중국해, 대만 등에서 끊이지 않고 영토 분쟁을 일으키는 중국의 본심은 어디에 있을까? ‘중국과 한반도의 미래’의 저자는 중국이라는 나라는 우리가 결코 쉽게 볼 수 없는 국가라고 말한다. 그들은 내면에는 수천 년의 역사를 통해 중국이 한반도를 지배했다는 DNA가 새겨져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지금은 대만 문제가 현재진행형이기에 잠잠하지만, 대만만 중국의 손아귀에 넣고 나면 본격적으로 한반도를 향한 야욕을 드러낼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중국과 한반도의 미래’의 저자는 중국에서 자신이 느꼈던 중국의 저력과 문화적 본질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시시때때로 한반도를 향한 야욕을 드러내고, 이를 현실화하는 것이 중국의 힘이기 때문에 중국을 제대로 알아야 적절히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 1부에서는 중국의 저력을 느낄 수 있는 중국인의 생활, 문화, 역사와 관련한 이야기가 제시되고, 2부에서는 남북한 이슈, 국내외 정치 등 중국과 한반도를 둘러싼 저자 나름의 정세 분석이 담겼다. 진정한 한반도의 평화,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가성비보다는 가심비 챙기는 삶 되어야
아빠와 딸이 자동차를 번갈아 운전하며 여행을 가고 있는데 기름이 바닥났다는 경고등이 켜지자 아빠와 딸은 주유소를 찾아 기름을 넣어야 한다며 근처 주유소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검색 결과 바로 2~3분거리에 주유소가 있는데 휘발류값이 상대적으로 다른 주유소에 비해 많이 비쌌고 반면 10~15분 정도 거리에는 휘발류값이 상대적으로 많이 저렴한 주유소가 있었다. 기성세대(꼰대)인 아빠는 당연하다는 듯이 10분, 15분 정도 가는 수고를 감수하고서라도 값이 많이 싼 주유소를 가겠다고 주장했고, MZ세대인 딸은 눈앞에 주유소를 두고 왜 멀리 떨어져 있는 주유소를 가냐며 결국 언쟁을 벌이다 아빠의 주장대로 값이 싼 먼거리의 주유소로 가서 주유를 하게 됐다. 그런데 값이 싸다는 이유로 주유 대기를 하는 차는 많았고 오랜 기다림 끝에 겨우 주유를 하게 되었는데 딸이 아빠에게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다. 아빠는 가성비만 알고 가심비는 모르냐?”고 쏘아붙인다. 주유를 마친 아빠와 딸은 마침 식사시간이 되어 근처 식당을 가게 됐다. 메뉴판에 있는 많은 음식들 중에 아빠의 눈에 들어온 것은 메뉴 중 거의 제일 저렴하면서도 대중적인 김치찌개, 된장찌개였고, 딸의 눈에 들어온 메뉴는 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