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왕순 칼럼】 한반도 평화는 정치 수단이 아니라 절대 가치다

2024.06.10 09:55:18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한국 정치인에게 한반도 평화는 절대 가치다. 정파적 이해나 이익에 따른 거래 수단이 될 수 없다. 전쟁은 우리가 어렵게 쌓아 온 성과와 행복을 한순간에 송두리째 앗아가기 때문이다. 전쟁으로 인한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총·포탄 앞에서 어린이와 노약자, 군인과 민간인 구분은 의미가 없다.

 

지난 일요일(2일) 성남 수정구에 자리한 주민교회에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이훈삼 목사 초청으로 팔레스타인 평화운동가인 ‘니달 아부줄루프’씨가 방문했다. 니달 씨는 대량 학살과 처참하게 파괴된 팔레스타인 상황을 알리고, 올리브나무심기 캠페인으로 가자지구를 후원해 준 데에 감사의 마음을 전달했다. 올리브나무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주 소득원인데 이스라엘 군인이 주민 정착을 막기 위해 모두 없애고 있다. 이에 한국기독교회협의회를 중심으로 조직된 ‘올리브나무평화한국네트워크’(OTPNK)는 ‘올리브나무심기모금운동’을 전개해 팔레스타인을 돕고 있다.

 

니달 씨에 따르면 이번 전쟁으로 팔레스타인 3만 5,000여 명이 사망했고, 이중 어린이가 1만 명, 여성이 5,00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200만 명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강제로 이주당하고, 건물은 모두 폐허가 되었다. 팔레스타인에 있는 39만 채의 주택에 사는 주민들은 이스라엘 군에 의해 물과 전력 공급이 중단됐고, 식량과 의약품, 연료 유입이 차단되어 생지옥이 됐다. 영상으로 본 현재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모습은 한마디로 폐허였다. 쓸만한 건물은 보이지 않았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서울의 모습이 연상됐다. 처참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4일,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 남북 간 모든 적대행위를 금지해 온 ‘9·19군사합의’ 전체에 대한 효력을 중지했다. 접경지역에서 훈련 등 군사 행위가 가능하고, 대북 확성기 방송도 언제든지 재개할 수 있게 됐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11월 23일 ‘9·19군사합의’ 전면 폐기를 선언한 바 있다. 한반도에 다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압도적이고 강력한 힘과 그것을 사용할 단호한 의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한반도는 정전 상황으로 언제든지 전쟁이 가능한 준전시 상태이다. 남북 간 핫라인이 없는 상태에서 군사 대결의 격화는 바로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이 실제로 일어날 것이라고는 예측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전쟁은 발발했다. 

 

북한 김정은이 평화를 절대적 가치가 아니라 체제 유지의 하위 수단으로 생각한다면 전쟁은 언제든지 발발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은 미국과 중국이 있어 국지전은 몰라도 전면전으로 확대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국지전쯤은 감내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대통령과 정치지도자들은 명확히 해야 한다. 국지전도 안 된다. 남북 군사 대결로 민간인 한 명이라도, 국군 한 명이라도 목숨을 잃어서는 안 된다. 주권 국가로서 북한의 도발에 강력히 대응하고 군사력을 높이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조치이다. 하지만 군사력 강화는 남북 대화와 병행해야 한다. 대화 없는 군사적 대결은 전쟁을 부를 것이고, 대화를 병행하면 평화를 가져올 것이다.

 

북한은 핵무력을 완성하고 경제 어려움에서 벗어나고 있어 군사적 압박이나 경제제재를 강화하더라도 절대 무릎을 꿇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대화를 포기하고 경제적 제재와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면 북한의 체제 붕괴는 고사하고 핵동결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 오히려 북한의 핵무력 강화와 남북 비대칭전력의 심화로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수 있다. 

 

다시는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 된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고, 남북 대화를 추진해야 한다. 미국을 설득해 북미대화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 그것이 평화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혹여 윤 대통령이 대북 강경책과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켜 국정운영의 실패를 회피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당장 접어야 한다. 오히려 레임덕만 가속시킬 뿐이다. 민심은 이미 윤 대통령 머리 위에 앉아 있다.  

 


글쓴이=백왕순 모자이크민주주의평화그룹 공동대표

 

 

 

 

 

 

 

 

 

 

 

(현) 김대중재단 성남시지회 회장

(현) 모자이크민주주의평화그룹 공동대표

(전) 평화재단 통일의병 대표

(전) 평화재단 이사

(전) 디오피니언 안부근연구소 부소장

(전) 내일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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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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