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돋보기】 초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작품 활동 과정과 숨은 이야기를 담은 다큐 <뱅크시>

2022.07.29 14:45:15

얼굴없는 ‘예술 테러리스트’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얼굴없는 ‘예술 테러리스트’로 불리는 뱅크시의 예술세계를 통해서 모든 것이 돈으로 가치가 매겨지는 자본의 시대에 예술의 본질에 대해 통찰하는 다큐멘터리다. 그래피티 아티스트로 활동하던 초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 활동 과정과 숨은 이야기들을 차근차근 들려준다.

 

 

저항에서 탄생한 서브컬쳐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장에 무명으로 활동하는 화가 뱅크시의 작품 ‘풍선과 소녀’가 올라왔다. 경매 중개인이 낙찰봉을 때리며 이 그림이 한화 약 15억4000만원에 낙찰됐음을 알렸다. 하지만 작품을 이동하려는 순간 액자의 폐쇄 장치가 작동해 그림이 조각났다. 뱅크시에게 이 자체가 예술 행위였던 것이다. 뱅크시의 소더비 경매장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그림의 가치란 무엇인가?’ 질문하는 다큐멘터리 <뱅크시>는 이어서 미국 뉴욕에서 시작된 그래피티의 역사를 나열한다. 그래피티 예술가들의 인터뷰와 당대의 다양한 자료들을 함께 제시하며 어떤 시대적 사회적 문화적 자양분을 토대로 그래피티가 확산됐는지를 짚어본다.


세계적 사랑을 받고 있는 무명의 거리 예술가라는 아이러니한 인물인 뱅크시는 정확한 정체가 알려져 있지 않다. 이미 유명인인지, 개인인지 단체인지도 정확하지 않다. 하지만 알려진바에 따르면 뱅크시는 미국의 서브컬쳐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던 1980년대 영국 브리스톨시에서 10대를 보냈다. 미술학교에 간 적도 없고 미술에 특별한 재능을 소년시절부터 공인받은 것도 아니다.

 


뱅크시의 예술세계는 1980년대 영국의 시대상에서 탄생했다. 당대 영국은 경제적 사회적 불안으로 혼돈에 빠졌다. 보수당의 대처 전 총리는 신자유주의를 표방하며 자본주의 혁명을 시작했고, 탈공업화로 황량하게 버려지는 도시들이 생겨났다. 브리스톨 또한 불행한 도시였다. 실업자가 넘쳐나고 폭동이 끊이지 않았다. 절망한 브리스톨의 젊은이들은 서브컬쳐인 뉴욕 힙합을 소비하며 ‘대처주의’에 대한 저항을 표현했다. 힙합은 브리스톨 예술의 심장이 된다. 이 시기에 등장한 영국 최초의 그래피티 아티스트 3D는 브리스톨의 청춘과 예술에게 많은 영감을 줬으며 뱅크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예술의 변화와 한계


벤 아인, 스티브 라자리데스, 존 네이션, 펠릭스 ‘FLX’ 바론, 알란 KET, 스케이프 마르티네즈, RISK 등 뱅크시의 동료와 스트릿 아티스트들의 이야기들은 뱅크시의 예술, ‘테러’라고 불리는 예술 행위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영화 <뱅크시>는 뱅크시의 일대기 뿐 아니라 현대 미술과 예술의 변화와 한계를 논한다. 반항적인 스트릿 아티스트로 시작한 그의 이력은 익명성 아래 더욱 빛난다. 반자본주의적인 행보마저 자본에 복속되고 있는 아이러니를 뱅크시는 작품 뿐 아니라 작품을 둘러싼 여러 행동을 통해서 온 몸으로 말하고 있다.

 


영화는 뱅크시를 비롯한 그래피티 작품들을 감상하는 즐거움도 준다. 화염병 대신 꽃을 든 남자, 베트남 전쟁으로 울고 있는 소녀의 팔을 잡고 있는 미키마우스, 난민에 대한 이해를 구하기 위해 표현한 이민자의 아들 스티브잡스 등 뱅크시의 작품들은 현대미술에 관심이 없는 대중들에게도 익숙하다.


연출가 엘리오 에스파나는 뱅크시의 시작인 영국 브리스틀에서부터 현재까지 그의 작품 활동과 사건들을 차분하게 짚어나가며 그의 삶을 다양하게 조명함으로써 뱅크시와 관련된 지식을 조목조목 쉽게 전달한다. 권위주의에 도전하는 비주류적 미학과 재치와 유머가 넘치는 풍자적 색깔의 뱅크시 예술에 비해 다큐멘터리의 문법은 보수적이고 평이하다. 

 

정춘옥 sisa-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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