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해·조현수 '작위 살인죄' 법원에서 인정될까

2022.05.10 15:06:15

 

[시사뉴스 한지혜 기자] 검찰이 '계곡 살인사건' 피의자 이은해(31·여)씨와 공범이자 내연남인 조현수(30)씨에게 ‘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해 재판에 넘긴 가운데 법원에서 살인죄로 인정될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검은 지난 4일 살인 및 살인미수,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미수 등의 혐의로 이씨와 내연남 조씨를 구속기소했다.

이들은 지난 2019년 6월30일 오후 8시 24분께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남편 윤모(사망 당시 39세)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수영을 할 줄 모르는 윤씨가 높이 4m의 바위에서 3m깊이의 계곡물로 구조장비 없이 뛰어들게 해 살해했다는게 검찰 측 판단이다.

경찰은 당초 피해자를 구조할 수 있는데도 일부러 구조하지 않아 살해했을 때 적용하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을 적용해 이들을 검찰에 기소했으나, 검찰은 이들에게 직접 살해 상황에 적용되는 '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변경해 기소했다.
 
검찰은 이씨와 조씨가 살인을 계획, 실행에 옮기고 심지어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을 통해 이씨의 남편인 윤모(사망 당시 39세)씨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작위에 의한 살인’ 판단의 요소로 8년에 걸쳐 이뤄진 이씨의 ‘가스라이팅’에 주목했다. 검찰은 이씨가 또 윤씨의 일상을 생활을 철저히 통제해 극심한 생활고에 빠뜨리고, 가족·친구들로부터 고립시키는 등 ‘가스라이팅’을 통해 자신의 요구를 거부하거나 저항하지 못하도록 한 것으로 봤다.

이씨와 윤씨는 2011년부터 교제를 시작해 2017년 3월께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이씨는 혼인을 한 이후에도 여러명의 남성들과 동거 및 교제를 하면서 윤씨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착취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착취 행위는 약 8년여 동안 지속돼 온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윤씨는 대기업 연구원 출신으로 6000만원 수준의 연봉을 받고 있었으나, 경제권을 이씨에게 모두 넘겨 생활고를 겪었다.

윤씨는 생전에 이씨에게 메시지를 통해 찢어진 신발을 보여주며 신발을 사달라고 하거나 전기가 끊긴다며 전기요금을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2018년 12월께 이씨와 통화에서 "빚이 너무 많아 얼마인지도 모르겠다. 우리 그만할까. 지친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급기야 자신의 아내의 내연남인 조현수씨에게 "나도 현수처럼 은해에게 인정받고 싶다", "은해에게 인정받고 잘 살고 싶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면서 끝까지 이씨의 정신적 지배를 벗어나지 못했다.

검찰은 이씨 등이 살인을 계획해 실행에 옮겼고, 가스라이팅을 통해 길들여진 윤씨가 결국 사건 당일 계곡에서 스스로 다이빙을 해 숨진 것으로 판단해 구조를 일부러 하지 않아 살해했을 때 적용하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 아닌 '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선 '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대표적인 1997년 보라매 사건때도 '작위에 의한 살인'이 법원에서 불인정됐다.

검찰은 당시 '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지만 법원은 당시 금전적 문제로 중환자실에 있던 남편을 퇴원시킨 아내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바 있다.

이 처럼 법조계에선 '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입증하려면 이은해가 피해자를 마음대로 조종하고 통제하는 의사 지배 상태에서 피해자가 이를 따를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입증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인천의 한 변호사는 "작위에 의한 살인죄 적용을 하려면 이은해가 입수를 거부하는 피해자로 하여금 물에 뛰어들라고 말한 것이 작위 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하기 때문에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정신 작용에 영향을 미친 유형력을 살인 행위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하는데, 절대적 의사 지배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쉽게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이씨와 조씨) 윤씨가 3m 깊이의 계곡물에 빠졌는데 직접적으로 구조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곧바로 119신고도 했다. 또 튜브를 던지면서 구하려고 노력을 했기 때문에 부작위로는 명확히 입증되지 않기 때문에 무리하게 검찰이 작위로 기소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지혜 jihea910@naver.com
Copyright @2024 SISA NEWS All rights reserved.
시사뉴스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 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서울] (05510)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11 (신천동) 한신빌딩 10층 TEL : (02)412-3228~9 | FAX : (02) 412-1425
창간발행인 겸 편집인 회장 강신한 | 대표 박성태 | 개인정보책임자 이경숙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정민 l 등록번호 : 서울 아,00280 | 등록일 : 2006-11-3 | 발행일 : 2006-11-3
Copyright ⓒ 1989 - 2024 SISA NEWS All rights reserved. Contact webmaster@sisa-news.com for more information
시사뉴스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 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