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박현갑】 1회용컵 보증제 시의적절하나 실효성 높일 방안 더 강구해야

2021.12.17 16:44:59

 

[시사뉴스] 1회용컵 보증금 제도 시행은 시의적절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가정에서 1회용컵 사용이 늘어나는 등 1회용컵 사용이 대폭 늘었다. 커피전문점 등 1회용컵을 사용하는 매장도 2018년 3만여 곳에서 현재 약 4만 개에 이를 정도로 많아졌다.


그러나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려면 몇 가지 점에서 보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실질적인 참여를 높일 방안이 나와야 한다. 각 이용자의 생활권 내 보증금 참여 매장이 많지 않은 지역의 경우, 보증금 무인 반환기기를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한 버스 정류장 등의 특정 공간에 설치해 반환을 용이하게 하는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무인 보증금 반환기를 설치해 동전을 바로 지급하는 시스템이 좋겠지만 기기 설치에 비용이 든다면 보증금액에 상당하는 쿠폰 등을 발행했다가 이 쿠폰 소지자가 가까운 매장에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사용한 1회용컵을 매번 반환하는 것을 귀찮게 여길 사람들도 나올 수 있는 만큼, 사용한 1회용컵을 일정 기간 모아두었다가 반환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도입도 생각해볼 수 있다. 


직장협의회 등에서 관할 지자체 등의 협조 아래 1회용컵 재활용 참여율을 높일 사무실 내 공동 컵 관리 용기 등을 비치하는 것을 고민해볼 수 있겠다.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도록 표준 용기도 만들어야 한다.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에서 표준 용기안을 만들어 내년 6월 제도 시행에 앞서 각 업체들에게 안내해야 한다.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는 종이컵 제조법이 있다면 정부가 적극 장려할 필요가 있다. 최근 물에 해리되는 수용성 생분해 코팅 성분을 종이컵에 적용한 이른바 친환경 종이컵이 나왔다고 한다. 재활용 과정에 비닐인 PE를 사용하지 않아 코팅 면까지 물에 해리돼 재생 펄프로 생산 가능하다면 종이컵뿐만 아니라 종이 빨대, 전단지 등의 제품 생산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번 1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커피전문점 등에서만 적용한다. 이런 업소 못지않게 1회용컵을 많이 사용하는 곳이 각 가정이다.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1회용컵 재활용 처리 방법에 대한 홍보 강화도 필요하다. 1회용 종이컵의 경우 가정용, 컵라면용, 동네소매점 사용량까지 포함하면 업계 추산으로 연간 약 300억 개(2019년 230억 개) 정도가 소비되고 있다. 이 가운데 프랜차이즈용 20억 개만 회수 대상으로 삼는다면 반쪽짜리 재활용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적지 않은 국민들은 종이컵이 플라스틱류로 분류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이 때문에 종이컵을 너나 할 것 없이 종이로 생각해 일반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정에서 배출되는 종이컵 재활용은 거의 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도 전국 지자체에서 분리배출 방법을 안내하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각 가정에서 종이컵만을 분리 배출할 수 있도록 보관 용기를 보급하는 등 효율적인 분리배출 방안에 대해서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예산이 문제라면 각 마을이나 아파트 단지별로 부녀회나 관리사무소가 중심이 되어 관할 지자체의 예산지원 등 협조를 받아 종이컵 보관 용기를 보급하는 것도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작업들은 모두 연내 입법예고 시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내년 6월 제도 시행에 앞서 통일된 용기 제작이 가능하고, 반환도 용이할 수 있을 것이다.

 

박현갑 (서울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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