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돋보기】 누벨바그의 아이콘 진 세버그의 드라마틱한 삶을 그린 <세버그>

2021.11.08 14:56:56

세기의 배우를 둘러싼 미스터리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장 뤽 고다르 감독의 영화 <네 멋대로 해라>로 스타덤에 오른 누벨바그의 아이콘 진 세버그의 치열하고 미스터리한 실제 삶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제76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 초청을 비롯해 2020 아메리칸 필름 어워드 등에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FBI의 정치공작과 의문의 사망


1957년 <성 잔 다르크>의 주인공으로 1만8,000여 명의 지원자 사이에서 발탁되면서 데뷔한 진 세버그는 1960년 <네 멋대로 해라>의 패트리샤 역으로 신세대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할리우드와 프랑스를 오가며 활동한 진 세버그는 당대 최고의 디자이너 크리스찬 디올의 뮤즈로 각종 패션지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세계적 스타였다. 


시대의 흐름에 앞장서 세상의 변화를 위한 노력에도 동참했다. 14세부터 전미흑인지위향상협회(NAACP)에 가입해 흑인 인권 운동을 지지했고, 스타가 된 뒤에도 공개적으로 흑인 인권 운동 단체를 후원했다. 


하지만, 그녀의 정치적 활동은 미연방수사국 FBI의 집요한 감시와 정치공작의 원인이 되고, 결국 조작된 루머의 치명적 희생자가 된다. 영화 <세버그>는 바로 그 시기인 1965년부터 1970년까지 진 세버그의 삶을 재조명한 것이다. 

 

 


진 세버그 사망 사건을 둘러싼 미스터리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자살로 공표된 그녀의 사망 사건은 1979년 경향신문에 보도되는 등 국내에서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후 전 남편 로맹 가리의 발언으로 진 세버그의 사망이 FBI와 관련이 있다는 내용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특히 FBI 존 에드거 후버 국장의 지휘 아래 진행된 비밀 감시 작전 ‘코인텔프로’를 통해 정부가 진 세버그를 불법 감시했다는 사실이 비밀문서를 통해 밝혀지며 의혹은 더욱 커졌다. 


영화는 50년 전 진 세버그를 둘러싼 실화를 바탕으로 여전히 이 시대에도 진행중인 인종차별과 가짜뉴스, 마녀사냥, 권력과 미디어의 이중 감시와 대중의 속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1960년대 할리우드의 재현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1960년대 할리우드 배경은 시각적 즐거움을 더한다. 모던하고 클래식한 분위기 속 ‘불안한 아름다움’은 <블랙 팬서> 레이첼 모리슨 촬영감독의 섬세한 카메라 무빙, <미드90> 자민 아사 프로덕션 디자이너와 크리스틴 맥어윈 미술감독이 우아하게 꾸민 세트와 소품, 그리고 <아메리칸 허슬>, <알라딘> 마이클 월킨슨 디자이너의 손에서 탄생한 정교한 의상들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된다. 


영화는 1960년대 할리우드의 풍경과 세트, 의상, 소품 등을 재현하며 감성적인 분위기를 되살려냈다. 특히 당대 패션의 아이콘이기도 했던 진 세버그의 패션에 많은 공을 들였다. 


마이클 윌킨슨 디자이너는 진 세버그 이미지 자료를 아카이빙 하며 그의 옷에 대해 철저히 조사했다고 밝혔다. 


30대 시절은 자료가 부족했기 때문에 1960년대와 70년대에 인기 있었던 의상과 주요 디자이너들로부터 영감을 받아 구성해 나가는 한편, 1960년대에서 영감을 받은 샤넬 슈트와 당시 유행한 버클 펌프스 등 현대적인 디자이너의 작품도 선보였다. 

 

 


진 세버그 역을 맡은 크리스틴 스튜어트 연기도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어린시절에 데뷔해 극심한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견뎌냈다는 점에서 두 배우는 공통점이 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실존 인물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자신의 에너지와 버무려 연기로 보여준다. 


흑인 인권 운동가 말콤 X의 사촌동생으로 알려진 실존 인물 하킴 자말은 마블의 팔콘으로 유명한 배우 안소니 마키가 맡았다. 이어 영국 드라마 <스킨스>에서 제임스 쿡으로 열연하며 인기를 얻은 잭 오코넬이 FBI 신입요원 잭 솔로몬 역을 맡았다. 


이밖에 1996년 <스윙어즈>로 데뷔해 <쥬라기 공원2>, <웨딩 크래셔> 등을 통해 이름을 알린 코미디 배우 빈스 본이 신스틸러로 활약한다.

 

<프리키 데스데이>와 <핵소 고지> 등의 빈스 본이 FBI이 선임요원 칼 코왈스키로 분했고, <데드풀2>, <조커> 등의 재지 비츠가 하킴 자말의 아내 도로시 자말 역을 맡아 진 세버그와의 심리전으로 긴장감을 더했다. 

 

정춘옥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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