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두환 축출 일부 군부셰력 역쿠데타 우려…5·18 美문서 추가 공개

2021.09.16 11:53:47

 

美 대사관, 1980년 2월 군부 역쿠데타 우려
제보자는 '이범준 장군'…아직 신원 파악 불가
미국 "군 추가 분열, 12·12 사태 만큼 위험"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한국군 내부에서 12·12 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 축출을 모의하고 있다는 정보와 관련해 우려를 표명한 미국 측 비밀해제 문서가 공개됐다. 1980년대 초 일부 군부 세력이 '역(逆)쿠데타'를 모의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바 있지만 이와 관련한 미국 측 외교 전문이 세상에 드러난 건 처음이다.

 

16일 외교부는 미국 카터 대통령 기록관으로부터 5·18 민주화운동 관련 비밀해제된 미측 문서 사본 882페이지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해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해 관련 문서 43건을 비밀해제한데 이어 올해 5월 14건, 6월 21건을 추가 비밀해제했다. 이로써 한국이 비밀해제를 요청한 미 국무부 문서 80건 중 78건이 비밀해제됐다.

 

 

1980년 2월 작성된 문서에서 주한 미국대사관은 군 내부에서 위험한 주도권 다툼이 감지된다면서 "우리는 한국 군 내부의 어떠한 추가적인 분열도 한국에 재앙이 될 수 있단 점을 양측에 알려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범준(General Rhee Bomb June)' 장군으로부터 한국 군 내 반(反)전두환 음모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군 내 분열이 1979년 전두환이 주도한 군사 쿠데타인 12·12사태보다 더 큰 파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제보자인 '이범준'에게 미 정부는 "12·12 사태 주모자들의 권력 확장과 민간정부 장악에 반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12·12 사태를 되돌리려는 군 내부의 움직임도 위험하다고 본다는 점을 강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썼다.

 

이어 "군 내부의 추가적인 문제와 관련한 소문을 들었으며 양측 모두에게 매우 강한 경고를 전했다"고 최규하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데 대한 상부 승인을 요청했다.

 

다만 "이범준이 우리에게 전한 이야기에 왜곡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정보의 신빙성을 의심하는 듯한 설명을 덧붙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범준이란 자의 신원과 관련해 "정확하게 알 수 없다. 5·18 진상규명위원회도 연구를 더 해야 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1980년 5월8일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소속으로 훗날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도널드 그레그가 작성한 메모랜덤도 공개됐다.

 

그레그는 "5월15일쯤 서울에서 학생과 정부 간 심각한 충돌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전두환은 이미 한국 경찰이 대응할 능력이 없다고 예상하고 2~3개의 공수여단을 서울에 가까운 곳으로 이동시켰다"고 썼다.

 

그는 윌리엄 글라이스틴 당시 주한 미국대사에게 "전두환과의 만남에서 과거 일을 비난하는 데 집중하지 말고 학생 문제를 진정시키는 데 중점을 두라"고 조언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다음날 글라이스틴 대사는 전두환을 만나 공수부대의 수도권 이동을 강력 항의하고 학생들의 시위에 무력으로 대처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그는 "전두환이 권력 장악을 정당화하기 위해 학생들을 자극할 것이라는 말이 있다"고 덧붙였다.

 

규명위는 "공수부대 이동의 실질적 명령권자가 전두환인 것으로 지목하고 있다"며 "전두환이 군부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음을 미국이 인정한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같은 해 5월 주한대사관은 광주 상황이 심각한 수준이며, 여기에는 지역갈등 문제가 깊게 연관됐다고 지적했다. 또 상황이 비교적 빨리 수습돼도 이 문제가 지속적이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봤다.

 

한달여가 지난 7월1일자로 그레그가 발신한 NSC 메모랜덤에는 글라이스틴 대사에게 지시한 내용이 반영됐다.

 

그레그는 "전두환에게 우리가 그의 권력 장악과 행사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전두환을 제지할) 우리의 실효적 수단(leverage)은 제한돼있으며, 전두환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교부는 5·18 민주화운동 관련 문서의 비밀해제를 위해 미국과 긴밀히 소통해왔다. 미 측 관련 부처가 한국 외교부의 비밀해제 신청을 검토해도 된다고 회신하면 미 국립기록관리청이 최종적으로 해제 절차를 밟는다.

 

이번에 미 측이 비밀해제 후 한국 측에 전달한 문서는 이날 '5·18 민주화운동 기록관'에 인계 후 기록관 웹사이트에 공개된다.
 

홍경의 기자 tkhong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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