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사람】 현대사 향방 결정한 ‘세계관 전쟁’

2021.02.01 15:24:30

모든 것을 파멸시킨 2차 세계대전 최대의 전투 《독소전쟁》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1939년부터 1945년까지 벌어진 2차 세계대전의 역사 중 가장 잔인하고 끔찍했다는 평가를 받는 ‘독소전쟁’(1941~1945). 
비단 서구뿐 아니라 아시아를 비롯한 현대사의 방향을 결정지은 이 전쟁에 대해 저자는 전쟁 당사자인 일본의 학자로서 균형 잡힌 시각으로 최신 연구 경향까지 반영해 서술했다. 

 

전후 세계 패권 주도권을 결정

 

독소전쟁은 인류 역사상 벌어진 그 어떤 전쟁보다 대규모의 병력, 화력, 기동력이 동원된 총력전을 특징으로 한다. 이로 인해 전쟁 기간 내내, 독일과 소련 모두 엄청난 인명 피해와 잿더미가 된 영토가 남게 됐고, 양국 모두 상대 절멸을 위한 전쟁범죄와 보복을 숱하게 감행했다. 

 

전쟁포로에 대한 무자비한 복수, 홀로코스트, 대규모 보복성 성범죄 등에 관해 이 책에서 제시되는 수치는 놀랄 만하다. 직접 격돌하는 전쟁 중의 인명 피해가 아닌, 전쟁 중 시간을 벌기 위해 자행된 일이라는 점에서 더 비극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양국 자체의 피해뿐 아니라, 주요 전쟁터인 동유럽 일대 역시 초토화돼 복구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 
독소전쟁은 국제정치 면에서도 의미가 큰 전쟁이다. 이 전쟁으로 인해 전후 세계 패권의 주도권을 미국과 소련에 넘겨주게 되었는데, 이는 당시 패권을 쥔 영국을 위시한 유럽 여러 국가가 이 전쟁의 결과와 양태를 오판한 탓도 있다. 


또한 전후 동유럽 여러 국가가 강대국 소련의 위성국으로 전락해 현재까지 정치, 경제, 외교면에서 러시아에 영향을 받으며 낙후된 상황이다. 소련이 2차 세계대전의 승리국이 됨으로써, 미국과 소련의 냉전기가 소련 몰락까지 몇십 년 동안 지속됐다는 점에서도 독소전쟁은 유의미하다고 하겠다. 

독일의 분단과 영토 상실 역시 독소전쟁 패전국 독일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아시아태평양전쟁을 바라보는 시각

 

냉전이라는 특수한 정치사적 이유에서 자료나 연구결과가 거의 등장하지 않았던 독소전쟁은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공개된 사료들을 통해 제대로 된 연구 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저자 오키 다케시는 ‘세계관 전쟁’이었던 독소전쟁을 군사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정치, 경제, 외교, 사상 등 다방면에서 고찰해 바라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미증유의 이 전쟁을 ‘인류의 체험’이라는 입장에서 제대로 바라볼 수 있다고 밝혔다. 


독소전쟁 종결 후 70여 년이 지나도 이 전쟁의 여파는 독소 양국과 전 세계에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저자는 이를 두고, 독일인이 느끼는 독소전쟁의 모습은 일본인이 ‘만주국’의 역사와 중일전쟁에 관해 품는 인상과 중첩된다고 해도 좋다고 표현했다. 


절멸 전쟁과 수탈 전쟁을 벌인 데 대한 속죄의식과 전쟁 말기에 당한 소련군의 만행에 관한 분노가 여전히 독일의 정치와 사회의식의 저변에 깔려있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말이다. 


2차 세계대전을 식민지 상태에서 치르고, 독소전쟁의 결과로 포츠담에서 해방이 논의된 뒤, 광복을 맞고 한국전쟁과 냉전 시대를 겪으며 갈등이 심해진 한국 독자의 상황에서도 독소전쟁은 매우 중요하다. 이 전쟁의 결과가 어쩌면 지금, 현재 우리 상황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독소전쟁의 순간순간을 생생하게 파악할 수 있는 다양한 지도와 사진 등을 통해 지금까지와 달리 입체적으로 독소전쟁을 바라볼 수 있게 한다. 


또한 그저 부록이 아니라 저자의 집필 의도를 찾아볼 수 있는 참고문헌 해제, 세세히 덧붙인 연표까지 여러 자료를 통해 독소전쟁 이해를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정춘옥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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