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욱의 동서남북】 ‘트위터’에서 쫓겨난 트럼프, 불쌍하다

2021.01.18 13:25:32

[시사뉴스 김영욱 기자]  트위터(Twitter)는 지난 2006년 미국의 잭 도시 · 에번 윌리엄스 · 비즈 스톤 등이 공동으로 개발했는데 샌프란시스코의 벤처기업 오비어스(Obvious)가 ‘미니 블로그’ 형태로 처음 개설하였다.


트위터는 ‘지저귀다’의 뜻 그대로 재잘거리듯이 일상의 작은 얘기나 의견들을 그때그때 짧게 올릴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이다. 단 140자 이내의 단문이어야 한다.


트위터의 중요 기능은 관심 있는 상대방을 뒤따르는 ‘팔로(follow)’라는 기능이다. 자기와 비슷한 생각을 지닌 사람을 ‘팔로어(follower)’로 등록하여 실시간으로 정보나 생각, 취미, 관심사 따위를 공유한다. 상대방이 허락하지 않아도 팔로어로 등록할 수 있어서 관심 있는 유명인사를 등록해놓고 그들의 동정을 파악하거나 격려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실시간으로 교류하는 ‘빠른 소통’이 가장 큰 특징으로 세계적 뉴스채널로 속보를 장점으로 하는 CNN을 앞지를 정도로 신속한 ‘정보 유통망’으로 주목받아 왔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로 국내외 정치판에서는 적극 활용돼 호응을 얻거나 물의를 일으키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지구촌 뉴스를 연일 달구고 있는 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과 두 번째 탄핵을 앞두고 트위터로부터 계정 영구 정지를 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서도 계정 사용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지난 11일 트위터는 지난 6일 트럼프 대통령 측 지지자들이 사상 초유의 의회 난입을 자행하자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을 즉각 12시간 정지시킨 후 지난 8일 영구 정지시켰다고 밝혔다.


트위터가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에 사상 처음으로 일시 정지에 이어 영구 정지 조치까지 단행한 건 트위터 정책에 반하는 게시물을 다수 올렸기 때문이다. 그간 140자 트윗으로 전 세계를 들었다 놨다 했던 11년간 사용한 최대의 소통 채널이 하루아침에 끊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우리의 놀라운 여정은 이제 시작일 뿐”, 8일 “내게 투표한 7500만명의 위대한 미국 애국자들과 미국 우선주의, (선거 슬로건이었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는 앞으로 오랫동안 거대한 목소리를 낼 것” “그들은 어떤 식으로든 경시되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을 것” “1월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을 것” 등의 트윗을 잇따라 게재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는 지난 7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는 오는 20일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페이스북 및 인스타그램 계정을 정지한다”며 “이 기간에 대통령에게 우리의 서비스를 계속 쓰도록 하는 위험은 너무 크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주요 SNS가 잇따라 ‘노 트럼프’ 방침을 밝히자, 오는 2024년 대선 재출마 가능성을 열어두고 퇴임 후에도 소셜 미디어를 정치적 영향력 유지 수단으로 활용하려던 트럼프 대통령의 향후 행보에도 빨간 불이 들어온 상태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팔러’나 ‘갭(Gab)’ 등과 같은 다른 비주류 소셜 미디어로 옮길 가능성이 점쳐진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측은 대체 소셜 미디어로부터 가입 요청이 쇄도하고 있으며, 일부 회사와 대화까지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 두 SNS는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기성 SNS와 달리 게시물 내용에 제한을 가하지 않고 있다. 특히 팔러는 ‘큐어넌’과 ‘프라우드 보이스’ 등 극우 단체 회원과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애용하는 SNS로 통한다.


다만 구글과 애플은 지난 8일부터 ‘미국 내 폭력을 선동하고 있다’는 취지로 자사 앱스토어에서 팔러 다운로드를 막은 상태이고, 아마존 역시 팔러에 대한 웹 호스팅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발표해 상황이 여의치 않다.


AP통신은 “참모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영향력이 약하다는 이유로 팔러와 같은 소셜 미디어에 빨리 합류할 것 같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팔러 이용자는 최대 1200만명 수준인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계정 팔로워 8800만명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한때 세계 최강대국 대통령이던 이가 이렇게까지 처참하게 몰락하는 건 전례 없는 일이다.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에게 ‘로켓맨’이라는 닉네임을 선물했던 트럼프. 그가 SNS에서 쫓겨났다. 트럼프가 안 쓰럽다. 얼마나 불쌍한 일인가.

 

 

 

김영욱 brod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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