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욱의 동서남북】 코로나 역병(疫病)서 ‘사랑의 온도’를 높이자

2020.12.31 13:14:35

[ 시사뉴스  김영욱 기자 ]  사회복지공동모금회(Community Chest of Korea · 공동모금회)는 국민의 성금으로 마련된 재원을 효율적이고 공정하게 관리 · 운용하기 위해 설립된 사회복지법인이다. 


공동모금회의 ‘사랑의 열매’는 불우이웃돕기 모금에 참여한 사람에게 주는 빨간 동그라미 세 개 모양의 플라스틱 장신구이다. 배지의 경우가 많은 데 주로 옷 칼라에 단다. 


연말이면 TV방송에 이것 달고 나오는 뉴스 앵커와 출연진, 연예인들이 많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은 사랑의 열매 배지를 달고 다녀서 ‘대박’을 친 이후로는 정치인들 중 안 단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개그콘서트’의 봉숭아 학당에 출연한 노(盧)통장도 커다란 사랑의 열매 모양의 장식을 달아 노 전 대통령을 패러디하기도 했다.


사랑의 열매 배지는 돈 주고 사는 것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는데,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기부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주는 약간의 ‘인증패’와 같은 성격이 더 짙다. 인터넷으로 적은 기부금액으로 배지를 신청하면 배송비가 더 든다는 우스갯말도 있다.


또 삼사일 정도 달고 다니면 이미 열매 세 개중 한 개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을 정도로 내구성이 형편없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옛날 디자인이 그랬다. 디자인상 문제로 줄기(?) 부분이 상당히 잘 부러졌다.


가끔 은행 등지에서 모금함에 자율적으로 돈을 넣고, 비치되어있는 열매 배지를 양심껏 사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100원만 달랑 넣고 한 움큼 집어가는 사람이 꼭 있었다.


한때 ‘크리스마스 씰’처럼 사랑의 열매 배지를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강매하던 사례가 있어서 물의가 일기도 했다.


사랑의 열매 모금액이 정권의 쌈짓돈으로 쓰였다는 정치적 논란도 있었다. 2017년 10월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사랑의 열매를 상징물로 하는 공동모금회가 정권의 열매로 전락했다”며 성금을 정치 편향적으로 썼다고 지적했다. 


남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공동모금회는 2013년 62억, 2014년 290억원, 2015년 300억원 등 지난 2017년 8월까지 총 949억원의 국민 성금을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4대 중증질환(암, 심장질환, 뇌질환, 희귀난치성질환자) 보장 공약에 지원했다는 것이다.


공동모금이라는 것은 일종의 시스템으로 장점이 많아 세계 각국에서 운영된다. 또 성금모금  창구를 일원화하고 사회복지단체 등에 분배해 효율적인 성금사용을 도모한다.


‘사랑의 온도탑’은 사랑의 열매 모금액을 표시해주는데 공동모금회가 매년 연말연시 이웃돕기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운영한다. 지난 12월 1일 시작해 신년 1월 31일까지 62일간 전국 17개 시 · 도 지회에서 일제히 진행되고 있다. 온도탑은 2000년 처음 등장한 이후 21번째로, 올해는 역병(疫病) 팬데믹으로 잔뜩 얼어붙어 수은주가 뚝 떨어졌다. 


사랑의 온도탑은 목표액의 1%가 모금될 때마다 1도씩 온도가 올라간다. 지난 27일 공동모금회에 따르면, 현재 모금액은 2211억4000만원으로 집계됐고 온도계 눈금은 63.2도에 그쳤다. 


온도탑 현황은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올해 목표액 자체가 지난해 4257억원에서 18%쯤 낮춘 3500억원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많이 낮은 수준이다.


사랑의 열매 모금 캠페인은 설립 첫해인 2000년과 공동모금회에서 성금 횡령 비리가 터진 2010년을 빼고 해마다 목표액을 돌파했다. 한국 사회를 혼란에 빠뜨린 국정농단 사태의 와중에도 기부와 사랑의 뜨거운 손길은 한결 같이 이어져 사랑의 수은주가 100도를 기록했다. 그때와 대비되는 올해의 부진은 이례적이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기부를 하고 있지만 ‘코로나19’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소상공이나 개인 등의 기부는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또 ‘코로나19’가 몰고 온 불황에 기부금액이 예년 절반에 못 미치는 지역도 있다고 한다. 


특히 지방에서는 장날에 현장 거리 모금 등을 진행하는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돼 거리 모금 역시 여의치 않다. 각 지역 지회 온도탑은 30도 수준에 머무는 곳도 적지 않다.


사랑의 열매는 올해에는 ‘코로나19’로 달라진 환경에서 특별히 QR코드를 활용한 모바일 기부방식을 도입해 비대면 모금활동에 애쓰고 있다.


올 겨울 ‘코로나19’ 장기화와 수해 등으로 전국 사랑의 열매 모금액을 집계하는 사랑의 온도탑 온도계가 100도를 넘을지 미지수다. 


안 그래도 바늘구멍으로 황소바람이 들어온다는 세밑 추위가 더 막막하게 느껴지는 겨울이지만 고단한 삶과 코로나 역병에 지친 이웃을 향해 손을 내미는, 작고 훈훈한 기부로 사랑의 온도를 올려보면 어떨까.

 

김영욱 brod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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