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환 칼럼] 언택트 시대, 코로나19 보다 더 큰 중병에 대처하자.

2020.07.01 09:27:51

코로나19는 우리 세대 인류가 처음 접하는 ‘팬데믹’의 새로운 경험의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삶의 도처에  ‘비대면(Un-tact)’이라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선사했다. 

 

역사를 볼 때 인류의 발전은 사실 ‘콘택트(Contact)’에 의해 진행되어 왔다. 즉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의 실질적 접촉을 통해 이루어져 왔다. 어쩌면 사회적 삶과 역사발전의 동인(動因)이었던 콘택트, 즉 접촉이 무력화되거나 재편되면서 점차 그 자리를 대체해 가는 언택트, 즉 비접촉 라이프 스타일에 우리는 스스로 동화되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교육, 경제, 문화, 생활 등 인류 모든 삶의 행위 속에서 언택트는 이제 필수적인 무언가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그 상황 앞에서 우리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적잖이 혼동스럽기도 하다. 처음 접하는 무언가이기에.

 

코로나19 때문에 일어난 일일까? 엄밀히 말하면 아니다. 코로나19는 새로운 경험에 불을 질렀을 뿐이다. 

 

이미 인류는 기술의 급격한 진화를 이루면서 현실 세계가 아닌 가상공간을 꿈꾸어왔고, 이젠 디지털 세상에서 더 자유롭게 누리는 경지에 이르렀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다양한 디지털 기기와 기술을 자유롭게 활용해 개인이 원하는 시간에 혼자 원하는 것을 누리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혼자만의 생활을 누리는 언택트 문화가 급속 확산 중이다. 

 

여기엔 사람들의 심리 변화도 크게 한몫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언제 어디서나 연결되는 초연결사회가 구축되다 보니 사람과의 접촉 자체에 피로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다. 학교생활이나 직장생활을 잘하는 이들도 필수적인 인간관계 외엔 자신을 위해 시간을 쓰는 경향이 높고, 혼술(혼자 술 마시기), 혼영(혼자 영화 보기)에, 혼자 생활의 최고 경지라는 혼고(혼자 고기먹기)를 즐기곤 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1인 가구 수는 약 598만 명이다. 전체 가구 유형 중 30%로 가장 높은 비율이다. 게다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여기엔 스스로 선택한 1인 가구도 있지만 어쩔 수 없는 비자발적인 1인 가구도 많다. 이들은 사회적 연결망의 부재, 위급할 때 도움을 청할 곳이 없는 사회적 방임 속에 고통받기도 하며 때론 언론지상에 불의의 사고로 가슴을 아프게 한다. 컨택트를 하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언택트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언택트로 인한 젊은 층의 외로움도 심각한 문제다. 2018년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20대를 대상으로 ‘고독지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6명이 “고독감을 느낀다”고 답했다고 한다. 조사에 따르면 고독감을 겪는 이들은 자주 공허함을 느끼거나 외로움을 느끼고, 가능하면 혼자 있고 싶거나 사람 만나는 것이 불편하고 두렵다고 했다. 또한, 나만 불행한 것 같아 우울한 점,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느껴지는 점 등을 주요 증상으로 꼽았다고 한다.

 

이렇게 ’언택트‘는 코로나19에 따른 문제만이 아니다. 디지털 환경의 변화로 언택트화되어 가는 사회 추세 속에 코로나19는 인간의 가장 중요한 문제인 질병과 건강의 문제를 건들어 지금까지 사회와 역사발전의 동력이었던 컨택트에 심각한 제동을 건 것이다. 코로나19는 진행 중인 ’언택트‘추세에 마침 불을 활활 지른 것이다. 

 

이 지점에서 나는 코로나19보다 더 큰 병을 고민한다. 그렇지 않아도 디지털 환경변화에 의한 부작용인 ’외로움‘이라는 병을 코로나19가 더 큰 중병으로 만들어놓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이 병은 백신이 나와도 쉽게 잡을 수 없는 병이다. 

 

코로나19 이전에 ‘외로움’을 국가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대처한 나라가 있다. 영국이다. 영국은 2018년 초, 내각에 ‘외로움 담당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 직을 신설했다. 

 

영국은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은 중요한 시대적 과제이며 많은 국민들이 안고 있는 외로움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미 외로움을 개인적 불행이 아닌 일종의 ‘사회적 전염병’이라고 규정하고 공동체의 건강을 위협하기 때문에 국가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전략을 짠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우리나라엔 더더욱 필요하다. 우리는 머지않아 1인 가구가 가장 주된 형태의 가구로 자리 잡을 저출산·고령화 국가다. 우리는 현실 공간보단 가상공간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최강의 디지털 국가다. 우리는 건강에 대한 최고의 관심으로 코로나19 방역에서 보듯 국민적 캠페인을 모범적으로 추진하는 국가다. 

 

그런데 이런 모습은 어쩌면 코로나19 보다 더 무서운 외로움이라는 사회적 전염병이 크게 번질 수도 있는 여건이기도 하다. 이 큰 중병을 우리는 미리미리 대비해야 한다.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강영환 bridge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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