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태 칼럼] 후한이 두려워 침묵하거나 왜곡하면 더 큰 낭패 겪는다

2020.05.28 15:10:23

[박성태 배재대 부총장]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인은 지난 27일 열린 21대 국회의원 당선인 워크숍에도 참석하지 않은 채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워크샵이후 정의기억연대(정의연)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던 윤당선인은 아직까지도 묵묵부답이다.   


이용수 할머니의 지난7일 1차 기자회견, 25일 2차 기자회견에서 제기된 정의연의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해 검찰이 관련단체들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가 진행되는 만큼 양단간에 무슨 결론이든 날 것 같다. 


문제는 이 같은 문제제기는 올해 처음 제기된 것이 아니고 이미 14년 전인 2006년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제기되었는데 그때는 정치권도, 정부기관도, 심지어는 언론도 아무런 액션도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거의 성역화 되다시피 한 위안부운동 관련단체들에게 과연 누가 돌을 던질 것이며, 뒤에 몰려올 후폭풍에 대한 두려움으로 어느 누구도 나서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누구든 문제를 제기하는 순간 친일, 외구의 앞잡이로 매도되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논리에 대해 충분히 이해는 간다. 1992년부터 거의 3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수요 집회를 이어오며 위안부운동을 한 단체와 관련인사들에게 과연 누가 메스를 댔겠는가.


문제가 이슈화되고 여론이 들끓으니까 이제서야 언론이 나서고, 정치권이 나서고, 검찰이 나서고, 국민들까지 나섰다. 언론들은 연일 윤미향당선인을 포함한 정의연 관련 기사를 대서특필하고, 야당은 국정조사TF까지 꾸리고, 검찰도 압수수색에 들어가고, 국민 10명 중 7명이 “윤미향 사퇴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14년 전 처음 문제가 제기됐을 때부터 좀 더 귀담아 듣고, 누군가가 후한의 두려움을 떨쳐내고 상황파악에 나섰으면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너무나 크다. 

 

지난 2월18일 대구에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하며 대구·청도지역이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가 되었고 특별관리지역 지정까지 당했다. 바로 신천지교인이었던 31번 환자를 비롯한 신천지교인들이 본인이 신천지 교인임이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신천지 교인임을 밝히지 않거나 거짓말을 하는 바람에 이런 상황이 일어났고 초기 방역, 확산방지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지난 5월2일 이태원클럽을 방문했던 인천의 한 학원 강사가 무직이라며 본인의 직업을 속이고 계속 활동하는 바람에 소위 말하는 ‘n차감염‘의 주범으로 낙인찍히고 사회적으로 엄청난 문제를 파생시키고 있다. 학원, 노래방, 음식점, 물류센터, 콜센터까지 7차감염이 일어났는데, 순간적으로 내가 학원 강사임이 밝혀질까 두려워 거짓말한 대가가 이처럼 어마어마한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신천지교인들이나 특히 인천 학원 강사가 초기에 사실대로 애기했으면 방역당국이, 의료진이 이렇게까지 고생을 안 해도 되었고, 확진환자가 이렇게까지 확산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2000년 국내 연예인 최초로 커밍아웃을 한 방송인 홍석천씨는 커밍아웃 후폭풍으로 한동안 방송을 중단하고 생계를 위해 이태원에 레스토랑을 차려 사업가로 변신했지만 나중에 드라마 출연 등 방송 복귀에 성공, 성소수자로서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는 지난 12일 자신의 SNS를 통해 "지금은 용기를 내야 할 때다. 성소수자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이 가족에게, 지인에게, 사회에게 알려지는 게 두렵다. 그래서 용기가 필요하다"며 이태원 클럽을 다녀간 뒤 검진을 받지 않고 있는 성소수자 방문자들에 대해 ‘아웃팅’(본인은 원하지 않는데,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다른 사람에 의하여 강제로 밝혀지는 일)걱정하지말고 검진에 응하라는 독려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또 최초의 트렌스젠더 연예인인 하리수씨, 2017년 최초로 커밍아웃한 트랜스젠더 변호사인 박한희씨, 육군에 복무 중이던 변희수 하사가 올 1월 자신이 트랜스젠더라는 것을 밝히면서 성 정체성을 찾고 열심히 잘 살아가고 있다.

 

회사나 조직에서도 상사에 거역하거나, 조직의 규율과 문화에 반하여 문제를 제기하면 불이익을 당한다는 이유 때문에 어떤 문제점이나 개선, 개혁해야 할 현안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예스맨으로 전락하여 상황을 왜곡하는 경우가 허다함을 경험할 것이다.

 

후한이 두려워 침묵하거나 거짓정보를 얘기하거나, 상황을 왜곡하면 그 큰 낭패를 겪게 된다는 것을 요즘 정의연 사태와 이태원클럽 인천 학원강사 사례에서 똑똑히 목도(目睹)하고 있다.   

 

 

박성태 배재대 부총장 sungt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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