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순의 아트&컬처] 한국 여류조각가회 대표주자들, 새해 벽두 훈훈한 전시 열어

2020.01.04 02:07:05

<Sculpture Winter Masterpieces>展・이혜선 초대전 <공간-가치를 담다>展
8~18일, 선화랑 2・3층…심영철, 이혜선, 김효숙, 고경숙, 이종애 등 참여
2000년 이후 전시 열어 미혼모 돕기 나서

국내 대표적인 여성조각가들이 2020년 경자년(庚子年) 새해 벽두에 마음 훈훈한 전시를 펼쳐 관심을 모은다.

‘한국여류조각가회’(이하 여류조각가회) 심영철 회장(수원대 교수)을 비롯해 김효숙, 고경숙, 이종애, 신은숙, 이혜선, 이진희, 김희용 등 60명의 작가가 미혼모를 돕기 위해 명작 소품들을 출품, 8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인사동 선화랑 3층에서 <Sculpture Winter Masterpieces>展을 펼친다.

또 <Sculpture Winter Masterpieces>展에 참여하는 중견작가 이혜선은 선화랑 2층에서 <공간-가치를 담다>展을 초대전시로 따로 펼쳐 한국 고유의 전통성과 현대미술의 만남을 깊이 있게 보여준다.

<Sculpture Winter Masterpieces>展 선화랑 3층

선화랑 3층에서 열리는 <Sculpture Winter Masterpieces>展은 미술품 컬렉터들이 새해 선물겸 작은 조각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여류조각가회 여성조각가·설치작가들이 각자 명작이라 내세울 만한 작품 한두 점씩을 출품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여류조각가회처럼 여성조각가들만 따로 모여 작품 활동을 하는 그룹은 세계적으로도 찾기 어렵다.

심영철 회장은 “세계 유일한 모임”이라고 말한다. 1974년 ‘여성이기 때문에’ 서로의 상황에 공감하고 연대를 필요로 했던 우리나라 여성 조각가들이 스스로 조직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대단히 선구적인 미술사적, 여성사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작고작가인 김정숙(1917~1991), 윤영자(1924~2016) 등이 주축이 되어 1974년 한국여류조각가회를 창립해 오늘에 이른다.



남성이 대부분인 조각계에서 여성조각가들이 겪는 차별 대우와 자신의 활동에 스스로 한계를 짓는 여성 조각가들의 소극적인 태도에 문제의식을 갖고, 여성 조각가들에게 전시 기회를 주고, 철저한 작가정신을 고취하자는 취지로 탄생하게 됐다.

한국여류조각가회는 그동안 매년 쉬지 않고 정기전을 개최하고, 이따금 미술관과 화랑 초대전뿐만아니라 해외전도 열었다. 현재 회원 수는 300명이 넘는다. 

<Sculpture Winter Masterpieces>展에는 심영철 회장을 비롯해, 강은엽(3대 회장)  고경숙(5대 회장), 김효숙(6대 회장), 이종애(10대 회장), 신은숙(11대 회장), 황지선, 정춘표, 최은정, 김하림, 김미경, 이혜선, 이진희, 김희용, 이원정, 오누리, 김선, 김리현, 노승옥, 남지형, 신지안, 이재신 등 50여 명의 중견 및 신인 작가가 참여한다.

여류조각회 창립 45주년 기념 특별기획전을 2018년 열기도 했던 심영철 회장은 <매트릭스 가든(Matrix Garden)>을 선보인다.



미술 장르의 경계를 넘어 미디어를 적극 활용해온 심 회장은 종교, 우주, 생명, 환경과 같은 큰 주제를 다루지만 일상의 것을 놓치지 않고, 작품 구석구석에 자신의 삶을 오롯이 녹여 섬세하게 담아내는 작업을 펼친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강은엽 3대 회장은 숲속에서 만나는 자연의 형태와 나무 등걸과 뿌리 등을 소재로 한 <긴 여행에 관한 책>을 선보인다. 고경숙 5대 회장은 고대 건축양식, 창살무늬, 기와, 민예품 등 우리의 고유한 유물, 유적에서 받은 영감을 재해석한 <한국의 얼>(The spirit of Korea)을 선보이고, 신은숙 11대 회장은 대우주와 소우주인 인간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시간여행자>를 출품한다.




강승주는 나무와 아크릴을 혼합재료로 써서 자신의 기억의 테두리를 표현한 나무 토루소 작품인 <memoria>를 출품하고, 김리현은 언젠가 시들기 마련인 식물의 형상을 현대의 물신들과 결합해 현대의 바니타스를 구축하고자 했다.



김지원은 물질만능시대 잠재된 탐욕을 브론즈로된 사과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 김하림은 토끼 가죽을 오래된 액자에 넣어 각기 다른 생명의 가치 기준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 <Rabbit>을 출품한다.



김희용은 자연석에 나선을 새긴 <새기다-氣>를 통해 자연석에 내재돼 있는 기운과 생명력을 생동감 있게 보여주고, 박선영은 대리석과 크리스탈, 유리를 소재로 꿈을 찾아 떠나는 현대인의 모습을 동화처럼 표현한 <행복한 삐릿삐릿>을 선보인다.  또 심부섭은 <Being Itself>란 작품으로 기하학적인 선으로 입체적인 형태를 만둘오 유기적인 관계를 형상화한다. 




오누리는 <너라는 위로>(나무에 유화)를 통해 상처를 가진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 위로하고 위로 받으며 마음을 다독여 살아가는 모습을 표현했고, 이재신은 석고 조형물인 <이야기 보따리>를 통해 많은 것을 움켜쥐려 꽁꽁 싸매 놓았지만 그 속은 텅빈 허망한 삶의 보따리를 보여준다.



양진옥은 브론즈 꽃 형상인 <가이아의 꽃>으로 여성의 몸의 위대하뫄 우월함을 표현했다. 이원정은 <너와 나의 이야기> 조형물을 통해 우리의 인생을 만들고 우주를 만들어가는 수많은 인연의 점과 순간들을 표현하고, 이종애 작가는 승무를 추는 인물 형상을 묘사한 <유기적 공간 1910-함께 아리랑 VI>, 임영란은 붉은 하트가 나란히 맞닿아 있는 <상생의 아름다움>(브론즈)을 통해 생명의 원천이자 소통과 나눔의 샘물인 사랑을 묘사한다.




이혜경은 좋은 꿈을 상상하는 소녀를 표현한 <소녀상>을, 정혜영은 자연스러운 모성을 단순화시킨 부드러운 선과 토속적인 질감의 재료로 정적인 내면의 감정을 형상화한 <heart> 작품을, 정미숙은 마음속 <또하나의 태양>을 추상적 형태에 담아 제작했다.



최미애는 가느다란 실이 형상을 갖춰나가는 작업을 우리네 삶처럼 힘들고 지난한 과정에 비유한 <풍경을 잇다>(2019)를 출품했다.



2월 말 제14대 회장직을 마치는 심영철 회장은 “선임 당시 국내외 작가 교류의 장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협회 운영위의 의견이 하나로 모이지 않아 국내 전시에만 머물게 되어 아쉽다”고 말했다.

후배들에게 거는 기대를 묻자 “여류조각가회가 앞으로는 더욱 더 글로벌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면서 “젊은 작가들이 의욕적이고 다이내믹하게 조각가회를 이끌고 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는 불경기 속에 명작 소품 전시로 기획된 것으로 수익금 일부는 미혼모를 위해 쓰인다.

이혜선 초대전 <공간-가치를 담다>展 선화랑 2층

한국여류조각가회 회원인 중견설치작가 이혜선은 8~18일 선화랑 2층에서 13회 개인초대전 <공간-가치를 담다>展을 펼치는 한편, 같은 기간 선화랑 3층에서 열리는 <Sculpture Winter Masterpieces>展에도 출품한다.

성신여대와 동대학원 조소과와 독일 드레스덴 미술대학에서 마이스터 과정(2007~2009)을 졸업한 그는, 어린 시절 시골 마을에서 살며 뼈속 깊이 스며든 전통적인 한국의 모습과 색감을 작품의 근본으로 한다.

이 근본 위에 새로운 공간의 조형세계와 가치를 만들어내 독일에서도 주목받았다. 외로운 유학생활 속에 “밥 먹었어?”란 안부 인사에 울컥했던 경험은 생일이면 늘 어머니가 챙겨주시던 ‘고봉’ 밥그릇과 그 밥그릇을 쌌던 보자기, 고향의 하늘과 산과 강 그리고 전통적인 이미지와 감성들을 전시장에 풀어낸다.



이번 <공간-가치를 담다>展도 한국고유의 전통성과 현대미술의 만남을 보여준다.

이혜선은 “유학 시절, 어머니가 늘 챙기시던 생일날 고봉 밥그릇과 고봉 밥그릇이 식지 않게 쌌던 보자기, 고향의 하늘과 산과 들, 한국적인 모습과 색감, 생활 속에 녹아녹아있는 습관이나 관습 속에서 느껴지는 평범함은 어느 순간 가장 가치있는 모습으로 각인되어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한다.



또 작품을 매개체로 서로 교감하며 의미 있는 시간들이 하나의 공간으로 소통의 도구로 재탄생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전시는 ▲밥그릇 설치작품 ▲벽면의 모자기 색상과 오브제 설치 ▲스테인리스 스틸볼과 나비영상 ▲공간의 가치(조명) ▲비단천과 오브제로 표현하는 공간 염원 등으로 나뉜다.


이화순 아트 artvision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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